근래 빈대의 한반도 습격과 갑작스러운 추위 때문에 집에만 박혀있던 1인. 매년 이맘때쯤엔 가까운 교외라도 바람을 쐬러 다녀왔기 때문에 몸이 영 간지럽고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사정 상 멀리 가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경기 근교에 잠깐이라도 조용하게 바람 쐬러 다녀올 곳이 없나 열심히 뒤지던 차에,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가 숨겨진 단풍 스팟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들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아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가을 나들이를 다녀오신 것 같던데 오늘 제가 이렇게 리뷰를 함으로써 이제 전 국민(?)이 이곳을 알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하. 비록 성지 일부에서 꽤나 큰 공사 중이라 조금 정신이 없긴 했지만 고즈넉하게 가을 즐기기 좋았던 곳으로, 다들 얼른얼른 다녀와보시지요.
보통 이런 종교적인 건물들은 시 외곽에 있던데 남양성모성지는 희한하게도 화성 번화가 맞은 편에 위치해 있었다. 대신 주차장이 꽤 컸고 대성당에 이르기까지 길이 꽤나 긴 터라 복작거리는 거리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을 주었다.
중앙즈음에 오니 임시 안내도가 붙여져있었다. 일부 공사 중인 길목을 표기를 해놓긴 했으나 실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 왜냐하면 5번 위치에 있는 예수님 로터리상도 잠깐 철거되어 바닥을 다시 깔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의도는 없기도 했고, 십자가의 길은 번잡스럽게 공사판이 펼쳐져 있어서 그냥 빛의 신비 길부터 시작되는 묵주 기도 길을 걷기로 했다!
이곳 남양성모성지의 대성당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으며, 내부 규모도 상당히 크고 들어가면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미사 때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사실! 비종교인으로 이런 장소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 조심스럽긴 하다만 신앙이 없는 사람이 이런 종교적 건물에 들어가 신의 존재나 믿음, 헌신의 가치에 대해 깨달은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와서 한번 제대로 관람해보고 싶기도 했다.
남양성모성지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묵주 기도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기념물인 줄 알았는데, 묵상할 수 있는 주제를 몇가지 안내하고 기도에 사용되는 묵주 알을 길을 따라 배치하여 사유할 수 있도록 한 곳이었다.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도교든 개인적 호기심과 흥미 때문에 종교적 건물에 방문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종교적 의미에도 부합하고 공간이 가진 의의를 환기하고 포인트가 되는 테마까지 잡은 스팟은 여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성경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나 또한 이곳을 걸으며 예수, 성모 마리아가 인간에게 행한 여러 신비에 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길을 잔뜩 덮은 단풍을 밟는 소리와 저쪽 한편에서 나는 공사 소리만이 울리고, 단풍잎을 밟을 때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가을 향이 인상적인 산책로였다.
아직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았던 덕분에 나무에 가을 잎이 흔들거리고, 바닥은 그새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한 게 제대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한바퀴 다 둘러본 후 입구로 다시 나가는 곳에 위치한 야외무대에 잠깐 앉아 클래식을 들으며 나무, 새, 하늘을 편안히 감상하며 여유로움을 즐기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요. 아무쪼록 빨리 공사가 끝나서 좀 더 조용하게 이곳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네요. 나중에 눈이 온 후, 소복이 쌓인 눈을 헤치며 걸어봐도 좋을 것 같았던 공간. 방문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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