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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친보다 지독한 마늘 김치의 맛_명동교자

맛과 멋

by zipzip 2023. 11. 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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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다녔으니 그 세월이 얼마야

아마 다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다녔던 음식점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동네 앞 분식점이든 외식 때마다 방문했던 돼지갈빗집이든 여름 올 때를 기다려 갔던 냉면집이든. 내 경우엔 명동교자가 그랬다.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지만 명동에서 회사 생활을 했던 엄마의 추억을 따라 명동을 자주 방문했고, 거의 갈 때마다 명동교자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엔 그 추억이 끊길 줄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학교가 명동 근처라 친구들과 공강 시간이 생기거나 볼일이 있어 명동에 오면 습관적으로 명동교자에 왔고, 인턴을 할 때도 사무실이 회현역 근처라 또 명동교자에 갔다. 어떻게 보면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자주 가다 보니 이젠 구남친보다도 더 지독하게 얽힌 게 명동교자의 칼국수와 마늘 김치가 아닐까 싶기도. 오래된 맛집인 만큼 나 이외에도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겠지. 오늘은 바로 그 명동교자 리뷰입니다.

 

논란이 있어도... 명동교자는 명동교자다.

명동교자는 방문한 적이 정말 많기 때문에 오늘은 포장 만두를 뺀 모든 메뉴들을 다 리뷰해 보는 것으로! 그래봤자 메뉴가 4가지 밖에 안되기 때문에 리뷰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후후.

 

오늘의 주문

칼국수 (10,000원)
비빔국수 (10,000원)
콩국수 (12,000원)
만두 (12,000원)

 

이게 명동교자 정식 아니던가요
김치 리필 5번은 국룰임.
콩국수 최고 존엄...

세월의 흐름을 어디서 느꼈냐 물으신다면 명동교자 칼국수 가격을 보고 느끼는 1인이에요.. 6천원? 7천 원 시절부터 다녔던 것 같은데 벌써 만원이라니요. 세상 물가가 무섭게 체감이 된다. 칼국수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오랜 시간 끓여 진하다 못해 눅진하게 끓여진 닭 육수에 야채와 고기 고명을 얹고 얇은 만두와 칼국수 면을 넣어 완성되는 것이 명동교자의 대표메뉴, 칼국수다. 칼국수 면은 얇은 편이라 혀나 입술에서 면의 탄성이 느껴진다기보단 무게감 있는 국물에 몸을 맡긴 상태로 올라오기 때문에 국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칼국수에 들어가는 만두는 별도로 주문하는 만두와 달리 적은 양의 소가 굉장히 얇은 피로 감싸진 물만두 느낌의 만두인데, 이게 또 은근 별미라 4개만 들어가는 게 아쉽기도 하다. 함께 나온 마늘김치를 칼국수 면에 올려 한 입 먹으면 처음 먹었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 참고로 마늘김치는 시즌과 년도에 따라 마늘의 아린 맛이 다르기 때문에 김치의 맵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분들이라면 맛있다고 한창 먹고 나서 나중에 극강의 속 쓰림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 두 번째로 비빔국수는 여름에 콩국수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재야의 강자. 비빔국수는 사실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메뉴라서 뭐가 특별한가 하실 수도 있지만 양념장이 맛있다. 감칠맛이 나고 은근히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매운맛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 먹기 딱 좋은 느낌. 만두랑 같이 주문해서 만두를 살짝 으깬 후 비빔국수와 함께 한 입에 먹으면 극락입니다. 세 번째로 콩국수. 콩국수는 첫 방문 이후로 몇 년 동안 시도할 생각도 안 하다가 작년쯤엔가 한번 궁금해서 처음 먹어보았는데 "왜 이걸 이제 먹은 거야!!!!!! 그동안 내 인생은 뭐였던 거야!!!!!"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 먹은 콩국수 중에 간이 제일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콩국수. 별도로 설탕이나 소금을 넣지 않아도 이 자체로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게 되는 맛이다. 검은콩을 같이 갈아서 국물이 약간 더 탁한 색을 띠는데 그만큼 국물 농도도 진해지는 것이 최고예요. 몇 년 전엔가 명동교자 콩국수에 벌레가 (그것도.. 엄청 큰...) 들어있어서 논란이 된 적 있는데... 그 이후로 주의하시겠지 생각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만두. 혹시나! 명동교자는 칼국수지~하고 칼국수만 드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꼭꼭 만두를 드셔보시라. 한판에 10개가 나오는 다소 앙증맞은 이 만두는 마치 샤오롱바오처럼 베어 물면 육즙이 팡 터져 나오는 게 웬만한 만두집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칼국수를 먹는데 무슨 만두냐 싶으시겠지만 만두 반을 살며시 갈라서 거기 안에 마늘 김치 하나를 폭 올리고 한입을 먹는다면. 이 세상 산해진미가 따로 필요할까요.

 

갈까요, 말까요?

안 가본 사람은 안 가봤기 때문에, 가본 사람은 가봤기 때문에 가야하는 곳.

 

안 가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곳은 대체 어떤 맛을 선보이기에 아직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미슐랭에 계속 선정되고 하는 걸까 하는 마음으로 가보셨으면 한다. 물론 사람들이 다 가는 곳, 다 하는 것에 매력을 못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끽해야 한 달, 일 년처럼 잠깐의 붐처럼 인기 있는 곳이 아니라 근 40년 이상 인기를 끌어온 곳이니까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습니까? 가 보신 분들이라면 그 옛날 추억을 느끼기 위해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여라도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메뉴가 있다면 시도해 볼 수도 있고요. 모든 것들이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엇이라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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