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뜸해지는 먹방 포스팅에 어떤 게 원인이냐 하시면 저의 무거운 엉덩이 탓이라 하겠지요.. 요즘 집에 칩거하듯이 살면서 아주 간간이 지인들을 만나고 오는데, 만남의 횟수가 적다는 사실과 별개로 먹방 포스팅 아이템이 확보되지 않는 게 슬픈 1인. 이제 완전히 블로거가 되어버린 걸까요? 어쨌든, 이번엔 서대문 쪽으로 나갔다 와봤다. 예전에 업무상 미팅을 하러 서대문 쪽에 자주 가긴 했는데, 이렇게 만남을 목적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은 이번이 처음. 생각보다 놀 거리도 많고 고즈넉하고 조용한 주택가도 있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동네였다. 식사할 곳을 정하고 오지 않은 터라 캐치 테이블에서 대강 둘러보다 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길래 바로 예약하고 방문!
커먼맨션은 사운즈 한남처럼 여러 매장이 모여있는 건물에 위치해있었다. 큰 길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조용했고,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 티가 팍팍 나는 곳이었는데 동네 주민 분들이신건지 다들 찾아오신 건지 점심시간을 비껴 방문했음에도 손님은 좀 있는 편이었다. 생각보다 흥미로운 메뉴들이 많아서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결국 아래 다섯 메뉴로 간추려졌다. 누가 가볍게 먹는다고 얘기했지요?
알감자 시저 샐러드 (16,000원)
감자 대파 크림 스프 (9,000원)
엔초비 브로콜리니 스파게티니 (22,000원)
머쉬룸 파파르델레 (24,000원)
구운 컬리플라워 (14,000원)
전채 메뉴로 주문했던 시저 샐러드와 감자 대파 크림 스프! 시저 샐러드는 드레싱의 힘이 크기 때문에 어딜 가나 평타 이상은 치는데, 커먼맨션의 시저 샐러드 또한 그랬다. 위에 치즈를 수북이 얹어 주셔서 그런가 '건강하고 가벼운 샐러드'의 느낌보다는 감칠맛 있고 든든한 조식 느낌. 처음에 샐러드를 먹으면서 '재료는 건강한데 맛은 자극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인들도 다 그런 생각을 했고 모든 메뉴가 다 그랬다! 간도 적고 진짜 건강한 식사를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감자 대파 크림 스프는 감자의 눅진하고 담백한 맛이 강했으나 대파의 존재감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구운 대파를 사용해서 향을 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파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웠음.
메인 디쉬로 나온 파스타 2개와 사이드로 주문한 컬리플라워 구이. 먼저 엔초비 파스타는 감칠맛이 정말 강렬했던 메뉴다. 오일 파스타 중에 이렇게 해산물을 넣어서 만든 파스타 메뉴가 많은데, 그 중에 짭짤함과 감칠맛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엔초비 파스타라고 할 수 있겠지... 만 생각보다 더 간이 세서 깜짝 놀랐던 메뉴. 앞서 샐러드로 짐작했던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면의 삶은 정도나 탄력감은 매우 뛰어나서 씹는 감이 참 좋았다. 다음은 머쉬룸 파파르델레. 이 정도 굵기의 면은 집에서 삶기 정도를 조절하기가 참 어려운데 역시 전문가의 손에서 탄생한 파파르델레면은 탄성도 좋고 완벽히 삶아져 쫄깃쫄깃 너무 맛있었다! 머쉬룸 크림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면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시즈닝의 맛은 조금 묻히는 감이 있었다. 같이 나온 버섯 또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등이 있었는데 표고버섯은 사실상 간을 안 한 것처럼 순한 맛이라서 다른 메뉴에 묻히는 슬픈 운명이 되어버렸다.. 흑. 마지막은 구운 컬리플라워. 큼직한 컬리플라워가 치즈와 강렬한 시즈닝에 담긴 채 나오는데, 가장 자극적인 맛이다. 지인들과 먹으면서 토론한 내용도 '왜 식당에서 나오는 컬리플라워는 이렇게 매콤하고 자극적인 오일 소스에 버무려져 나오냐'였다. 이국적이지만 익숙한 칠리 오일의 느낌이 강하고 파스타 먹을 때 피클 대신 먹어도 될 정도로 입안을 환기해 준다.
애매하다..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닌.
좋은 식사였지만 위치상으로 따졌을 때 중심부에서 가기 애매한 거리이고, 그럼에도 찾아갈 만큼 맛이 있거나 특색이 있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부족한 느낌이다. 메뉴판으로 봤을 땐 주문을 이끌어낼 만큼 궁금한 메뉴들이 많긴 했으나 실제 메뉴로 만나봤을 땐 기대보다는 신선함이 부족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내부가 굉장히 넓고 쾌적한 편이고, 깔끔하게 조리된 메뉴들이 많아 가볍게 브런치 만남을 하거나 와인 한잔 곁들인 식사를 하기에는 적당한 곳이다. 식사 메뉴 외에 간단한 디저트 메뉴도 있고 커피 메뉴와 다양한 와인 셀렉션도 보유하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가보시는 것 추천. + 찾아보니 커먼맨션은 모든 메뉴가 비건이라고 한다! 비건 식사를 하셔야하는 분들에게는 제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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