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서 지인을 만나서 먹게 되는 메뉴들도 점차 뜨끈한 국물류로 변화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선호되는 메뉴는 아무래도 국밥류인데, 각자 한 뚝배기씩 차지하니 눈치싸움할 필요도 없고 적당히 사이드 메뉴 하나 주문해서 같이 나눠먹으면 정도 있고 좋거든요. 이번에 만난 지인은 만나기 전부터 한 순댓국집을 제안하며 본인이 엄청 가보고 싶었다고 이야길 하길래, 별 생각 없이 그러고마했었다. 근데 당일날 매장 앞에 가서 보니... 앞에 대기 팀이 25팀이라고요. 심지어 붐빌까봐 점심 시간도 지난 오후 1시쯤에 방문했는데 말입니다. 알고보니 이 곳이 순댓국 맛집으로 유명해서 순대와 고기, 순댓국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모둠 정식은 이른 점심 아니면 코빼기도 보기 힘들단다. 결국 주변 카페에서 대기를 하다가 40분만에 단단히 벼르고 입장을 했다. 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렇게들 난리야.
국밥류 맛집들은 서빙해주시는 분들이 아주 프로페셔널하고 손놀림이 빠르시기 때문에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테이블 세팅과 주문이 완료되었다. 역시 모둠 정식은 불가하다고 해서 각자 순대국밥 한개씩과 나눠먹을 토종 순대를 주문.
순대국밥 (10,000원)
토종 순대 (13,000원)
주문한 순대와 순댓국이 준비되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역시 국밥이야말로 한국인의 패스트푸드. 처음에 부추, 깍두기, 고추와 양파가 밑반찬으로 나오고 공깃밥이 나왔는데, 공깃밥 양을 보고 좀 놀랐다. 아무리 요즘 물가가 미쳤다지만 이렇게 공깃밥 용기에 3분의 2도 안 차게 밥을 주시다니, 민심이 들끓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순댓국이 나오고 나니 그게 좀 이해가 되더라. 순댓국 자체의 양은 다른 곳이랑 비슷한 편인데 안에 들어가는 고기와 순대의 양이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순대 귀나 이런 것보다 간이나 내장, 살코기만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 곳은 내가 원하는대로 딱 들어가있어서 더 좋았지. 순댓국의 첫 인상은 돼지국밥류라기 보다는 된장 베이스의 시래기 국밥 같이 맑고 국물이 슴슴한 느낌이었다. 으레 순대국밥집에서 첫 입을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미뢰를 진동하는 MSG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테이블에 세팅된 들깨가루를 넣으니 더더욱 돼지국밥보다는 야채 베이스의 해장국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처음엔 국밥에 들어간 다대기 양념을 풀지 않은 채로 깔끔하게 먹다가 양념을 조금씩 풀어나가니 그제서야 좀 순댓국 느낌이 나더라. 이전에는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깔끔한 동시에 토속적인 맛이 강한 순댓국이었다. 별도 접시 순대로 판매하는 토종순대는 따뜻하게 서빙되었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순댓국이면 모름지기 피순대 혹은 이런 야채순대가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순대는 정말 껍질 제외하곤 이가 없어도 씹을 수 있을 것 같은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있어서 따로 시켜먹길 정말 잘했다 생각했다. 마지막 남은 순대까지 야무지게 먹은 사람의 뿌듯함이 느껴지시나요.
웨이팅해서라도 갑니다.
처음에 순댓국집 웨이팅을..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 생각을 뒤집어 버린 농민백암순대. 집 근처에 없는 것이 한일 정도로 정말 맛있었고, 테이블 회전률도 꽤 빠르고 서빙해주시는 분들도 친절하고 좋으셔서 모든 방면에서 흡족한 경험이었다. 시청 뒤편에 수많은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유난히 이 앞에서만 붐비는 게 이해가 되는 방문이었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따로 대기할 곳이 없고 테이블링 앱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한 점이 있지만 경험상 대체로 30팀 정도면 30분~40분 정도면 빠지는 것 같다. 이 정도는 주변 카페에서 대기할 수 있으니 인내심을 발휘해보시길. 바로 앞에 스벅도 있고 투썸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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