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들이 숨겨놓은 찐맛집_마곡나루 주택

백주대낮부터 술타령이라니

술을 자주 마시는 성향도 아니거니와 잘 마시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1년에 한두 번쯤은 거나하게 취해서 마냥 헤실거리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럴 땐 친한 언니들을 호출하면 언니들이 요즘 힙한 술집, 요즘 유행인 메뉴, 요즘 대세인 지역 모두 알려줘서 나는 지갑만 두둑하게 준비하고 나가면 된다. 작년부터 마곡나루에 있는 이자카야들이 유명세를 타는 것 같던데, 그쪽에 대기업 사무실이 많아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퇴근하고 한잔할만한 고급스럽지만 코지한 술집들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마곡나루에 구경할만한 것이 많지는 않으나 서울식물원이 크게 있기 때문에 휘 둘러서 구경 한번 하고 술 한잔 마시러 오기엔 위치가 딱이다. 만일 우리처럼 거주지에서 거리가 멀다면 주변에 깔끔한 호텔도 많으니 1박 2일 하고 오는 것도 좋은 선택! 우리는 '주택'이라는 음식점을 방문했는데 여기도 오픈 직후부터 사람이 가득 찬다고 해서 오픈 시간에 딱 맞춰갔지요.

 

메뉴판에 있는 메뉴 다 주세요

술은 언니들의 것..

나는 앙증맞은(?) 하이볼

히야

매콤한 토마토 스튜... 끝내준다

고등어 봉초밥 짱이시다

치킨 가라아게 말해 뭐해

야끼소바도 맛도리다

이 정도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 쳐본다

일단..뭘 정말 많이 시켰죠? 하하. 성인 3명이 가서 먹은 양이다. 사실 메뉴 하나당 양이 적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또 양이 많다고도 할 수 없었다. 히히. 술은 2병 정도 마셨는데 주종이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귤, 보리 등을 재료로 만든 전통 소주 라인업도 정말 화려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비록 나는 술찔이라 하이볼 위주로 마셨다만.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일단 사시미(36,000원)는 숙성 회라서 씹는 맛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중간중간에 고등어처럼 직화로 위에만 살짝 구운 회도 있었는데 이게 진짜 맛도리였다. 만일 가능하다면 직화로 약간 구운 회만 따로 주문하고 싶을 정도. 매콤 토마토 스튜(18,000원)는 토마토 소스 맛이 강하지만 은근히 칼칼한 맛이 있고, 조개와 새우가 들어가서 시원한 맛이 엄청나다. 약간 술 마시면서 술이 해장되는 느낌.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고등어 봉초밥(17,000원)은 나온 초밥을 김에 싸먹는 요리인데 하나도 비리지 않고 고등어의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눅진하게 밥과 어우러져서 역시 너무 맛있었다. 제주도에서 먹은 고등어회 저리 가라임 ㅠ ㅠ 치킨 가라아게(9,000원)와 야끼소바(11,000원)는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맛이지만 가격 대비 양이 혜자다. 전반적으로 느끼기에 퀄리티에 비해서는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메뉴판에 있는 전 메뉴 시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다른 이자카야 메뉴 테이크아웃하느라 한발 양보했다. 왜 이런 곳은 맨날 우리 집 근처에는 없나요... 마곡은 다시 오긴 너무 멀어요..... 엉엉.

 

가게가 작은 편이라 단점도 있지만

주택은 가게가 협소한 편이지만 오픈 직후에는 사장님 혼자 요리, 서빙을 다하시기 때문에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그리고 되게 정신이 없어보이셨기 때문에... 우리는 주문한 메뉴 나올 때마다 추가 주문할 메뉴와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야만 했다. 나중에 아르바이트생이 오셔서 돕긴 했으나 대체로 서빙이 빠른 편은 아닌..!!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 매장이 협소한데 찾는 사람들이 많아 오픈 시간보다 조금만 늦어도 사람들이 금방 차서 웨이팅을 해야한다. 실제로 우리도 오픈 시간대에 맞춰 들어갔는데, 20~30분 후엔 매장이 다 차버려서 야외에서 웨이팅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술집이 으레 껏 그렇듯이 웨이팅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니.. 되도록이면 빨리 방문하시길 추천한다. 그리고 바 자리, 2명 테이블이 다수고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1테이블 밖에 없던 걸로 기억한다. 다수 인원을 데리고 회식하기엔 부적당한 곳이니 참고하시길. 단란하게 두세명 정도 친근하게 술자리 갖기에 딱 좋은 곳. 나중에 마곡 가면 또 가야지....

 

위치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