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무엇을 먹을건지 대강 짐작이 가는 모임이 있다. 어떤 모임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어떤 모임은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사를. 한 모임은 아재 입맛 모임이다. 주로 만나면 아저씨들이 반주 기울이며 먹을 법한 곱창전골, 닭볶음탕, 족발 등을 먹는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예쁘게 차려입고 좋은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답지 않게 파스타집, 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를 갔다... 가 종래에는 다시 소주와 전골로 마무리하는 그런 모임...ㅎ 이 날도 한 시즌 내내 일 때문에 고생한 서로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기로 의기투합했다. 찾아보니 서래마을 조용한 한 구석에 생면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도우룸이 있다기에 한껏 여유를 즐길 겸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비록 그날의 끝 역시 닭볶음탕이었지만.. 이건 도우룸 포스팅이니까 스킵하도록 합시다.
오늘의 주문
시그니처 a set (전채요리 2개+파스타 2개+디저트, 110,000원)에 파스타 1종 추가
시저 샐러드. 24,000원.
알감자와 미니 양배추 튀김. 16,000원.
감자 뇨끼. 31,000원.
백겹의 라자냐. 38,000원.
먹물 카펠리니. 29,000원.
티라미스. 가격 미상.
스파클링 와인. 가격 기억 안 남.
아주 예쁘고 단정하게 나온 도우룸의 음식들. 2023년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음식점답게 깔끔한데 감칠맛 있는 음식들이 인상적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서 그런지 내부도 혼잡하지 않았고, 서빙도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었다. 이런 가운데 메뉴를 종이 메뉴판이 아닌 아이패드로 주문한다는 게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했다만.. ㅎ 꼰대의 느낌일까요. 메뉴에 대해 한 마디씩 이야기해 보자면 시저 샐러드와 알감자&미니 양배추 튀김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이었고 감자 뇨끼가 질깃하고 짭짤해서 마음에 들었다. 백 겹의 라자냐는 도우룸 대표 메뉴인지 하루 한정 수량이 있다고 들어서 빠르게 주문했는데, 명성에 비해서는 크게 감흥 있는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먹물 카펠리니가 생면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은근히 눅진한 맛이 나서 더 손이 자주 갔다. 티라미스는 부드럽고 크리미 한 티라미스고, 마지막에 티와 함께 먹기에 딱 적당한 구성!
이 가격에 갈까요? 말까요?
가세요.
앞으로의 포스팅에서는 맨 마지막에 '이 가격에 갈까요? 말까요?'를 쓰기로 했다. 어차피 포스팅 보러 오시는 분들이 대체로 궁금해하는 게 바로 이것일 테니 말이다. 도우룸을 이 가격에 갈까요? 말까요? 에 대한 내 대답은 '가세요'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요즘 어느 파스타집 가도 웬만큼 깔끔하면 이 정도 가격을 받는다는 현실적인 의견이 있고 두 번째, 지리적으로 조용한 곳으로 위치해서 분위기 내기에 딱 적당하며 세 번째, 세트 구성이 꽤 괜찮게 되어 있어서 이 정도면 도우룸에서 유명하다는 메뉴들 한 번씩 체험하기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사귄지 얼마 안 된 대상과 분위기 내러 가기엔 정말 좋은 장소일 듯. 예약은 필수입니다.
예약은요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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