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면 요리를 대체로 좋아하지 않을까? 잔치국수, 냉면, 쫄면, 칼국수, 메밀면, 쌀국수, 짬뽕, 비빔면.. 등등 면 메뉴만 늘어놔도 오색찬란한 이 나라에서 유독 면이 사랑받는 계절이 있으니 그게 바로 여름이올시다. 후덥지근하고 습한 여름이 되면 뜨끈한 밥보다는 그저 시원하게 후루룩! 하고 면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솟구치는데, 이때 안 끼워주면 섭섭한 게 바로 냉우동 아닐까. 물론 우동 자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메뉴겠지만 한국에서 팔면 그게 바로 한국 음식 아닙니까? (뻔뻔) 가뜩이나 요즘 일본식 판매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되도 않는 일본체로 메뉴 써놓은 거 보면 기가 차지만 어차피 내 포스팅은 바이럴이 아니니 양심에 따라 사실만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
오늘 소개할 곳은 신사동에 위치한 현우동이다. 이곳은 2023년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면서 한층 더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인듯한데, 네이버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가 ‘현우동 웨이팅’으로 뜰 정도로 극악무도한 웨이팅 수준을 자랑한다. 이 포스팅을 보고 있는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전수하자면 (by 현우동 근처 편의점 사장님 왈) 평일이든 주말이든 점심 때 웨이팅이 제일 심하기 때문에 무조건 저녁에 방문하란다. 저녁에는 한결 덜하다고. 실제로 나는 일행과 토요일 오픈 시간인 11시 30분에 맞춰 방문했는데도 족히 30분은 대기했다. 매장도 협소한지라 다수가 가면 나눠서 앉던가 해야 할 듯. 그리고 웨이팅 하는 동안 미리 주문을 해놓으라고 독촉하는데, 이때 원하는 메뉴를 전체 주문하지 않으면 나중에 추가 주문은 거의 불가하니 참고하시길. 일행과 나 전부 냉우동 위에 새우튀김과 야채튀김(고추튀김, 단호박튀김, 가지튀김)이 올라간 텐푸라 붓카케 우동(14,000원)을 주문하고, 닭튀김이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가라아게(5,000원)를 별도로 주문했다. 매장에 앉자마자 냉우동 위에 부어먹을 쯔유와 쪽파, 생강과 단무지를 전달해 줬는데 매장 내부가 너무 혼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한 10분 뒤 나온 냉우동은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 무게감과 탄력이 전해질만큼 탱글 했는데, 면 자체가 좀 두꺼워서 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는데 금방 배가 부르더라. 그리고 쯔유가 생각보다 그렇게 짜지 않아서 면발이 언뜻 다 잠길 만큼 자작하게 부어야 맛이 났다. 같이 나온 튀김은 전형적인 일본식 튀김으로 바삭한 식감은 좋으나 튀김옷이 다소 두꺼워서 먹으면 먹을수록 김치 생각이 절로 났다. 그 이후에 나온 가라아게도 튀김옷이 불필요하게 두꺼워서 그런가 생각보다 잘 들어가지 않았음. 결국 주문한 메뉴들을 다 먹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결국 다시 위의 질문으로 귀결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웨이팅하면서까지 먹을 필요 없다에 한 표를 던져본다. 어느 음식점이나 호불호는 있으니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면발 하나만을 위해 여기까지 방문하기엔 너무 심리적인 피로도가 큰 느낌. 그리고 개인적 취향으로는 지금보다 면 굵기가 더 얇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냉우동 맛집을 찾아보면서 서울 냉우동 맛집 투어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다른 곳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미쉐린 가이드가 모두의 입맛을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간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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