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떡볶이에 중독된 것처럼 일주일에 두 번씩 떡볶이를 사 먹는 중증에 걸려버렸다. 원체 떡이라면 적은 양으로도 쉽게 배가 불러진다는 단점(?) 때문에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떡볶이는 그에 한참 빗겨 난 예외처럼 1인분이 넘는 양이라도 꿀떡꿀떡 넘어가는 게 보통 큰일이 아닌 거다. 압축 탄수화물이기도 하고 떡볶이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만큼이나 상당량을 차지하는 설탕, 물엿 때문에 최대한 멀리하려고 노력 중이지만(떡볶이 먹고 난 다음날은 무조건 1kg 쪄있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내 무의식은 제대로 발동이 걸려버린 건지 최근 지인과의 만남에서 또 메뉴를 떡볶이로 선정하는 꼼수를 저질러 버렸다. 하지만 어떡해, 만나는 장소였던 고대에 안 먹으면 안 될 유명 떡볶이 맛집이 있다는데요. 맛있는 녀석들에도 나왔을뿐더러 고대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까지 사로잡아버렸다는 김치 떡볶이,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유자유 김치떡볶이에서는 상호명 그대로 김치와 치킨, 피자 등을 혼합한 떡볶이가 대표 메뉴다. 방문하기 전에 여러 후기들을 살펴보는데, 그 중 한 분이 '원래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 짬뽕으로 섞어놓은 거 극혐인데 여기에서 떡볶이 먹고 나서 그 편견이 깨졌다'라고 하길래 나도 슬몃 기대가 되던 터였다. 나 역시 김치 피자 탕수육, 막국수 피자 등 보통 따로 먹을 음식들을 한 군데에 섞어 놓은 음식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나와 비슷한 분이 그 편견이 깨졌다고 하니 기대해 볼 법도 하지. 최고 인기 메뉴는 김치, 치킨, 피자를 모두 섞은 치킨 피자 김치 떡볶이인데(이름이 참 직관적이네요) 내가 이날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그냥 치킨 김치 떡볶이를 주문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맛에 그리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후기에서 보길 떡볶이를 먹은 후 밥을 비벼 먹을 거라면 계란 폭탄은 무조건 추가하라길래 얌전히 말을 따랐다죠.
오늘의 주문
치킨 김치 떡볶이 (반마리 21,000원)
계란 폭탄 추가 (2,500원)
김+볶음밥 (2,500원)
사전에 세팅 된 것들은 치킨 무와 카프리썬 음료 한 개, 양념 치킨 소스로 끝. 꽤 긴 시간이 지나 주문한 음식이 나왔을 때는 생각보다 비주얼이 괴랄(?) 하지 않아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떡볶이에 들어간 떡은 쌀 가래떡을 떡국떡처럼 자른 것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 맛이 빠르게 배어들고 먹을 때 많이 묻어 나오도록 일부러 선택하신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양념은 달짝지근하고 뒤에 아주 잠깐의 매운맛이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 김치는 약간의 신맛은 있었지만 김치 자체의 맛은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었으며 어묵이 약간 두툼한 사각 어묵이라 씹는 식감이 좋았다. 모서리에 장군들처럼 배치되어 있던 치킨은 정말 일반적인 치킨 집 순살치킨 맛이었다. 치킨 역시 짠맛이 두드러지진 않았고, 튀김옷은 약간 두꺼운 편이었으며 닭살은 퍽퍽 살이 아닌 부드러운 다리살 같았다. 계란 폭탄은 달걀 3개가 노른자까지 완전히 익어 나오는 것으로 나중에 볶음밥이랑 먹으니 즉석 떡볶이 느낌이 많이 났다. 참고로 볶음밥은 참기름을 두른 따뜻한 밥과 김가루를 가져다주시면 직접 비벼먹어야 하는 것이니 참고.
갈까요, 말까요?
명성에 비해서 강추는 아닌..
첫입을 먹을 때부터 마지막 마무리 한입까지 '잘' 먹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굳이 찾아와서 먹을 만큼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너무 평범했을뿐더러, 떡볶이에 김치나 치킨이 추가됨으로써 생기는 떡볶이 자체의 맛 변화가 없어서였을까. 기대했던 것 대비 강력히 추천할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대학이나 학교 앞에는 이런 떡볶이 가게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 시절을 추억하며 먹는다면 나름의 정취와 향수는 분명히 있을 것. 고대생 분들은 주말 한낮부터 여기에서 떡볶이에 소주를 드시던데.. 어쩌면 내가 술과 같이 먹지 않아서 제대로 된 맛을 못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가보신다면 소주 혹은 맥주와 함께 즐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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