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먹는 것에 대한 접근을 좀 달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말 '맛'만 중심으로 봤다면 노화된 소화기능과 유튜브로부터 얻은 자그마한 지식들로 '건강'을 좀 더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매일 식사 후 달고 살던 액상과당도 일주일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수준으로 줄였고 공복 시간도 최대한 길게 유지하려고 하며, 아침에 첫 입으로 먹는 음식은 삶은 달걀 혹은 야채를 고집하게 되었다. (포스팅을 쓰는 지금 내 손엔 프링글스가 달려있지만 운동으로 벌충할 수 있는 수준이니 이 정도는 눈 감아주자) 이런 습관은 외식 메뉴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저번 외출 때는 영 땡기는 것도 없고, 메인 메뉴를 먹기엔 배가 고프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려 햄버거가게에서 샐러드를 주문하는 기백을 보이고 말았다. 근데 왜 하필 햄버거가게에서 샐러드를 주문했냐고요? 그 이유는 본문에서 말씀드리지요.
슈퍼두퍼 버거는 강남역을 오고 가며 자주 보곤 했는데 오늘 방문한 지점은 코엑스 스타필드에 위치한 매장이었다! 방문했을 당시 가게 내부 시스템에 뭔가 이상이 있는 건지 다소 번잡스럽긴 했지만 매장 외부에 위치한 키오스크를 통해 빠르게 주문 완료. 슈퍼두퍼에는 내가 고른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와 비프볼 샐러드 이렇게 두 가지 샐러드 메뉴가 있는데, 솔직히 튀긴 게 올라가면 뭔들 맛이 없겠나요. 심지어 연필도 튀기면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오늘의 주문
슈퍼 업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 (9,800원)
빠르게 나온 샐러드에는 튀겨진 닭다리살, 양상추, 적양파, 당근 라페, 양배추 피클, 토마토가 올라가 있었다. 이름에 '크리스피 치킨'이 들어가는 만큼 주 재료가 되는 치킨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게 바로 내가 햄버거 집에서 샐러드를 주문한 이유다. 이전 롸카두들 햄버거, 폴트 버거의 치킨 버거 포스팅에서 보셨듯이 햄버거가게에서 만드는 치킨 패티는 기본적으로 통닭다리살을 활용하고 소금 간과 약간의 스파이시한 양념을 더해 아주 바삭한 형태로 튀겨내는데, 슈퍼두퍼 역시 샐러드에 그 치킨 패티를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해 여기에서 샐러드를 먹기로 한 것!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속세의 맛이 더해진 샐러드를 먹고 싶었단 이야기다.(...) 역시나 예상에 맞게 위에 올라간 닭다리살은 바삭촉촉강렬했다. 기본적으로 간이 강해서 야채와 같이 먹을 거라면 굳이 드레싱은 안 뿌려도 될 것 같은 느낌. (같이 제공되는 드레싱은 레몬 버터 느낌의 드레싱이었는데 나는 한번 먹어보고 이후로 입에 대진 않았다) 그리고 슈퍼두퍼는 특이하게 샐러드에 그래놀라랑 셀러리를 넣어주는데 그래놀라는 약간의 단맛을 더해주고 셀러리는 이국적인 향취를 더해주며 의외로 치킨이랑 궁합이 정말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당근 라페는 생각보다 머스터드 향이 별로 나지 않아서 존재감이 크진 않았고 오히려 양배추 피클이 훨씬 맛있었음. 양으로 따지면 엄청나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먹기엔 딱 좋은 정도!
갈까요, 말까요?
버거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샐러드를 먹고 버거집을 추천해도 되느냐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버거 내부에 들어가는 패티의 퀄리티를 확인했으니 버거도 한번 먹어볼 법하다, 고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처럼 샐러드 가게에서 파는 닭살은 너무 퍽퍽하거나 지겨워진 분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럴 때 조금 칼로리는 더해지더라도 한 번의 일탈처럼 경험할 수 있는 이런 메뉴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이어트 중에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인과 슈퍼두퍼에 방문했을 때 양심은 지키면서 속세의 맛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 다들 마음이 그렇게 힘들지 않으실 수도 있을 테니. 우리 모두 건강하지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오래오래 살자고요.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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