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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몬세라트 가지 마세요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꿈과 항해

by zipzip 2023. 6. 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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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고소공포증이 있단 사실을 깜빡했네

몬세라트에서의 일정은 몬세라트 수도원 감상, 가우디에게 영감을 줬다는 주변 풍경 감상 그리고 선택 관광으로 제공된 케이블카 타기였다. 선택 관광 비용을 결제할 때부터 '케이블카'라는 단어에 망설이긴 했으나... 어딜 가나 케이블카 타면 주변 풍경은 좋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선택한 게 화근이었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여행 전에 정보를 찾아보는 건데... 그냥 어련히 알아서 타겠지~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는 대체 누구였냐며.... 사라고사를 떠나서 몬세라트가 점점 가까워져 오니 그 과거의 나를 매우 치고 싶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와~~ 멋있다~~하면서 괜찮았던 나.
슬슬 심상치 않음을 직감.
제가... 여기를 올라가야 된다고요...

버스에서 내려서 올라갈 곳을 보니... 그야말로 까마득해서.. 이때부터 손발에 식은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나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대체 너는 융프라우는 어떻게 갔다 왔냐며 문제없을 거라고 잔소리ㅠ 아놔 고소공포증 없는 엄마야 괜찮겠지 근데 나 진짜 융프라우 어떻게 갔다 왔더라. 그때도 그냥 올라가서 너무 무서워서 눈 질끈 감고 사진 몇 번 찍고 내려왔던 것 같은데요.

 

빠에야! ! ! 떨렸지만 입맛에 맞아서 다먹었다.

오늘의 점심은 현지식으로 해물 빠에야가 제공되었는데, 가이드분한테 들어보니 빠에야 칼로리가 어마무시하다고ㅋ 그런 tmi는 넣어두시죠ㅋ 역시 맛과 칼로리는 비례한다고 빠에야는 맛있었다. 이날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절벽에 올라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초조하고 다리가 절로 떨렸지만 그와 별개로 배도 고프고 빠에야가 맛있어서 한 접시를 다 비웠다ㅠ 다 먹고 나서야 좀 정신이 들어서 가이드분한테 "저 미리 결제는 하긴 했는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못 올라갈 것 같은데요.." 했더니 괜찮다고, 그 정도 아니라고 했음^^ 아놔 내가 안된다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괜찮대 진짜!!!!!!!!!!!!!!!!!(대분노

 

처음에는 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근데 사람 마음이 또 간사한게... 주위에서 하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또 탈 수 있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일단 다 같이 올라가기도 해야 하고.. 버스도 케이블카 정류소에서 대기한다고 하는데 나 혼자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일 케이블카 안 타면 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올라갈 때 보니 옆이 바로 낭떠러지 길이고 버스로 운전해서 가는 길 또한 꼬부랑 길이라서 구역질이 절로 나올 것 같았다. 차라리 케이블카 타고 눈 감고 내려오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궁..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타고 가면 그것도 나름대로 후회할 일이겠지 싶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몬세라트로 올라가는 열차를 먼저 탔다.

 

열차를 타고 이런 길을 올라옵니당
끼야야야약 옆에 낭떠러지야

절벽에 있는 수도원이라.. 수련은 잘 되겠네요...^^

거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거 아뇨?

열차를 타고 한 5분~10분 정도를 올라오면 바로 수도원에서 내릴 수 있다! 수도원이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우리가 내린 정류장보다 두어 정거장을 더 올라가면 있는 수도원도 있다고 하는데 거긴 볼 게 없어서 패스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후... 몬세라트 수도원은 어린 남자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합창단에 한번 뽑혀서 여길 올라오게 되면 절대 못 내려가고 공연도 여기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건 새로운 종류의 학대여 뭐여.... 수련은 참 잘 될 것 같다...ㅎ

 

사진 중앙에 있는 조고만 수도원 보이시나요? 저기까지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기절)

여기도 역시 조각이 장난이 아니다
예수님과 열두 제자의 모습이라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가이드분이 해주신 설명을 기억을 더듬어 보니... 몬세라트는 순례자들이 많이 오는 장소이기도 하단다. 유명한 검은성모상도 있고. 그래서 그런가 큰 배낭을 짊어지고 성당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앙심을 갖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고자 이렇게 높고... 험한 곳까지 찾아온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친한 언니가 순례길 여행하고 싶다고 해서 내심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회사 분들 얘기 들어보면 은근히 어린 나이에 순례길 다녀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신기했다. 나만 놀고먹는 여행 좋아하는 건가...... 부끄러워지는구먼.

 

6배 확대한 것입니다ㅠ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데 충격적인 사실 발견. 우리랑 맞은편에 있는 절벽에 십자가가 하나 박혀 있고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ㅠ 자세히 보니 그쪽으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관찰되었는데 아니 저렇게 절벽에 십자가를 만들어 놨는데 사람들이 간다고ㅠ 반대 편에서 보는데도 기절하게 생겼는데요ㅠ...... 이들에게 종교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중요한 건 떨어지지 않겠다 믿는 마음

몬세라트에서는 여기까지가 관람 루트였기 때문에 이후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남은 건 여기에서 잘 내려가는 것뿐... 몬세라트에는 따로 번화가 골목이나 이런 건 없었고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샵과 레스토랑이 큰 게 하나가 있어서 혹시나 살 게 있을까 엄마랑 한창 둘러봤다. 꽤나 종류가 많아서 놀랐음ㅋ 기본적으로 비스킷 같은 과자 종류부터 성당에서 나는 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센스 스틱 같은 것들도 있었다! 거리 한편에서는 농장에서 온 사람들이 본인이 만든 치즈나 꿀 같은 걸 갖고 와서 파는 마켓도 열리고 있어서 구경했다 후후.

 

길거리 음식처럼 모듬 치즈를 팔던 마켓!
럼이랑 건포도 들어간 아이스크림도 팔았는데 인기가 좋은가보다... 건포도 극혐 으

근데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은 이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슬비도 아니고 완전 후드득 떨어지는 소나기가...^^ 몬세라트 케이블카는 만들어진지 한 100년? 정도 되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사고 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긴 한데... 비 오는 날에도... 운행을 많이 해봤을까..? 이걸 좋아할까 내가... 하하. 거의 해탈하다시피 하다가 케이블카 타기 직전에는 그냥 유튜브 켜놓고 거기에만 정신 팔도록 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낫지 누가 나 좀 기절시켜 줘요!!!!!!!!!!!

 

와중에 포스터는 예쁘구나

케이블카를 탄 영상은 사정상(?) 못 찍었다. 찍을 수가 없지 당연히 타자마자 기둥 부여잡고 거의 울었는걸...^^ 수치심을 모르고... 여행 다니는 내내 엄청 조용한 (척했던) 내가 하도 우는 소리를 크게 내니까 대화도 많이 나눠본 적 없는 어떤 분이 "이거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 믿음을 가지셔야 돼요" 이러셨는데 솔직히 그 당시에는 속으로 '웃기는 소리마요!!!!!!' 했는데 그분 입장에서는 최선의 위로와 응원을 해주셨던 거겠지.. 감사했습니다.. 여하튼 내려가면서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생에 대한 집착이 심한 사람이었구나, 일전에 힘들어서 죽고 싶다 생각한 건 죄다 뻥이었구나 했지만 나중 되니 나름 적응돼서 밖도 빼꼼 내다보고 했다. 후후. 이겨냈다 이 말이야.

 

저 위에 작은 노란 색 점 보이시나요?
저~~~~~~~~~~위에서 제가 내려왔단 말이죠.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보니 노란색 케이블카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높은 곳에서 내려왔던 거였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손발에 땀이 줄줄 흐르는 경험이었지만... 어쨌든 한번 경험해 봤으니 이런 후기도 쓸 수 있지 하하! 나도 몬세라트 케이블카 타봤다! 몬세라트에서의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마지막 도시, 모두가 스페인에 온 이유라고 손꼽는 가우디를 볼 수 있는 바로 그곳 바르셀로나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탔다. 이날 몬세라트에서 너무 무리해서 그런 거였는지 이날 마지막에 사그리다 파밀리아 보려고 길 걸어가는 도중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길거리에서 쓰러질 뻔했다ㅠ 여러모로 나에게는 빡센 하루였어.. 그 마지막 일기는 이제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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