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에서 꽤 긴 시간을 와서 드디어 마드리드에 당도! 스페인에 온 이래로 가장 큰 도시에 왔다 싶었다. 행정도시답게 깔끔하고 정적인 건물들이 온갖 그래피티와 뒤섞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제껏 묵어본 숙소 중에 가장 넓고 좋았다! 일전에 tip으로 이야기했듯이 전체 일정 중 한번 정도 5성급 호텔에 묵는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이날인 것 같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같은 2인이었지만 여기는 부엌도 있고 식탁도 있고 드레스룸도 매우 넓고, 샤워부스와 욕조가 넓은 공간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숙소만 조금(?) 좋아졌을 뿐이었는데 다들 텐션은 엄청 높아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면 식사는 조금 아쉬웠는데 이날은 처음으로 한식을 먹는 날이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한식 가게였는데 메뉴가 분명 순두부찌개와 불고기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제 눈앞에 있는 네모난 두부찌개는 무엇인지... 북창동 순두부 생각하고 왔던 1인 운다 울어요.. 그래도 맛이 없진 않았다ㅠ 흑 순두부에 날달걀 하나 풀어서 떠먹는 거 생각했던 내가 너무 멀리 나간 거지.... 쩝. 해외여행 나가면 아묻따 제일 맛있다는 북창동 순두부 그립네 갑자기.
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날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정통 츄러스를 먹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 야간투어를 참석하지 않는 분들은 호텔에 남고, 나머지 일행끼리 출발했다. 가이드님이 식사한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츄러스 먹어도 괜찮나요??? 했는데 모두가 네!!!!!! 하고 외쳤다지.
츄러스의 원조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가게는 역사도 전통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 곳을 방문했던 엄청나게 많은 양의 유명인들의 사진을 가게 내벽에 빼곡하게 붙여두었는데 대체로 다 옛날 사람들이라서.. 내가 아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았다고 한다. 각설하고! 츄러스의 맛이 어땠냐. 맛있었다. 왜 이렇게 기대한 것에 비해 후기가 간결하냐하면,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츄러스가 더 맛있었기 때문이다ㅠ 이곳 츄러스도 바삭하게 잘 튀겨졌고, 츄러스만 먹었을 땐 반죽이 짭짤하니 맛있고 초코라떼에 찍어먹어도 맛있었는데... 근데 주의하셔야할 게 스페인은 츄러스 주문하면 한국처럼 한 개만 주지 않는다. 거의 사진 속에 있는 스틱이 8~10개 정도 든 봉지로 주니까 참고하세요!!
그다음에는 일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패키지여행 시작한 이후 거의 첫 번째로 갖는 자유시간이라 뭘 할지 엄청 방황했으나 주변에 쇼핑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그쪽으로 돌진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나는 구경거리가 많다는 백화점 식료품 코너에 들어가서 선물거리 한창 찾다가 나와서 대로 중심으로 쓱쓱 훑고 내려왔다. 대체로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기념품샵이랑 spa 패션 브랜드들,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즐비해서 큰 메리트는 없었음!
자유시간 이후로 마요르 광장 가서도 설명을 듣긴 했는데...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 주택단지처럼 보이는 곳을 원래 수평으로 2개만 놓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4면으로 만들었다고 한 거랑 오피스텔, 거주용, 사무실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한 것뿐... 흡. 여기에서도 사진 몇 장 찍고 가이드님이 이전부터 이야기했던 헤밍웨이가 버섯요리 때문에 맨날 들렸다고 한 맛집을 방문했는데 그땐 몰랐지, 여기에서 내 인생 올리브와 하몽을 만날 줄.
이전에 저녁도 먹고 츄러스도 먹은 지라 다들 뭘 또 먹는다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점점 텐션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버섯 요리가 나왔을 때는 모양새가 너무 간단해서 맛있을까? 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양송이에 잘 훈제시킨 베이컨 조각을 넣고 신선한 토마토소스를 올린 맛! 베이컨 조각이 많이 짰지만 그전에 많은 스페인 요리들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짠기에는 적응이 되어서 괜찮았다. 문제는 다음에 나온 올리브와 하몽이었는데... 올리브는 이 가게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절였다고 했는데 이것도 짜긴 짰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올리브가 신선한 게 절여도 느껴지는 수준? 그리고 하몽도 베이스가 짜긴 했으나 너무 감칠맛 있고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게 한국에서 먹던 하몽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마드리드에 가면 다들 꼭 가보시길....
헤밍웨이의 맛집에서 나와서 걸어가는 길에는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 스페인 일교차가 장난이 아니긴 한데, 이렇게 칼바람을 제대로 맞는 건 또 처음이었다. 패키지 예약 확정 당시에 가이드 분이 패딩 챙길 사람은 챙기라고 했다는데 왜 나는 그게 카톡에서 안 보였던 건지 ㅠ ㅠ 엄마랑 짐 싸면서 스페인 날씨 덥다고 처음에 반팔티만 왕창 챙겼다가 나중에 혹시 몰라서 챙긴 긴팔 셔츠와 아우터가 없었다면 정말 몸살과 감기를 달고 살 뻔했다. 우리나라도 심할 때 일교차 장난 아니지만 스페인은 그냥 하루에 여름과 겨울이 둘 다 있는 듯...
지난날의 야경투어를 꿈속에서 장기 기억으로 날려 보내고 다시 맞이한 아침. 어제의 추웠던 기억을 되살려 옷을 좀 더 챙겨 입었으나 밖에 나가보니 금세 또 햇살 덕분에 따뜻해지더라. 어제 야경투어를 하지 않으신 분들도 있고 해서 나머지 마드리드에서의 하루는 대체로 어제와 비슷한 루트로 짜여졌다. 다만 시간의 여유가 좀 있다고 해서 어제와는 다른 곳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짐!! 다음날 세고비아를 가게 되는데, 세고비아가 워낙 춥다고 계속 말씀을 하셔서 다들 겨울 옷을 사야 되겠다고 이번에도 득달 같이 흩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이미 ss시즌 신상품이 잔뜩 깔린 후라 두꺼운 외투를 찾는 우리에게도 겨울 옷은 보이지 않았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던 곳이 쇼핑센터 구역이긴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다 보니 문 안 연 곳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있는 곳이 자라, 스트라디바리우스 이런 곳들이었는데 스페인 언니들이 입은 너무 힙하고 너무 짧고 야한 옷들밖에 없어서 도저히 세고비아에서 입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ㅠ그래서 그냥 자라 홈이나 엄청 구경했다. 나중에는 넘 추워서 모이는 장소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들어갔더니 일행 중 어르신들은 다 거기 계셨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야경투어를 하면서 돌았던 루트를 거의 유사하게 돌았는데, 약간 어둑할 때 볼 때의 느낌과 밝을 때 본 느낌은 조금 달랐다. 밝을 때 보니 아무래도 인파가 많아 더 활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저 헨리 3세 동상의 말이 원래 입을 벌리고 있다가 어떤 연유에선지 입을 닫는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살려보려 해도 기억이 안 나네.....ㅎ
전날 엄마랑 마드리드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어쩌다가 이 동상을 발견했는데, 선사 유적? 같은 것을 있는 그대로 보전한 곳 옆에 서있다. 도대체 왜 엉덩이만 벗겨져있는 걸까 약간 뉴욕의 황소 상의 불알을 만지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는 것처럼 속설이 있는걸까 엄청 궁금해하다가 마드리드에서 이동하는 동안 찾아보니, 이 분 엉덩이를 만지면 스페인에 다시 올 일이 생기거나 행운이 생긴다고 한다. 근데 왜 하필이면 엉덩이였을까... 손이나 이런 걸로 하지ㅠ 어쨌든 엄마는 나를 졸라서 이 남성분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ㅎ.... 참말로
유럽에는 유명한 미술관들이 꽤 많은데 나 역시 여행 가면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 갔을 때 유명 미술관들을 많이 찾아다닌 것 같다. 근데 스페인에도 그들과 어깨를 겨루는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그곳이 바로 프리다 미술관이었는데 심지어 이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들어봄...ㅎ 얕은 지식을 부끄러워하며 들어보니 이곳에 고야, 벨라스케스, 루벤스, 반다이크 등의 작품들이 엄청나게 걸려있다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들어갔는데 여기도 정말 루브르만큼이나 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청나게 크다. 오죽하면 미술공부하시는 분들이 한 일주일 잡고 여기 출석 체크하듯 오신다고 할까. 우리는 패키지 팀 특성상 제한된 2시간 안에 봐야 해서 엄청 빠르게 다녔는데 이렇게 올 곳이 아니라고 속으로 엄청 아쉬워했다..
내부에서는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그만큼 시큐리티 가드들도 많기 때문에 따로 사진을 찍진 못했다. 이런 유럽 미술관 가보면 소장한 작품이 너무 많아서 한 방에 작품이 무더기로 걸려있는 경우도 많고 한데, 프리다 미술관도 그랬다. 성화들도 많고 왕이나 귀족의 모습을 담은 인물화, 역사적 사실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담은 그림들, 풍경화, 정물화 등 정말 가지각색의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다. 나는 가이드분이 주요 작품들 앞에서 설명을 너무 길게 하셔서 그 중간에 다른 관들 뛰어다니 듯하면서 구경하곤 했는데 일단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의 작품 크기가 그렇게 클 줄 몰랐고, 반다이크가 22살?도 되기 전에 본인의 천재성을 보여줬던 그림은 너무 충격적이었고 고야가 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은 너무 다크해서 무서웠으며 루벤스의 신화 관련된 그림들은 사랑스러웠지만 보기 일견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그 외 정말 아름다운 풍경화들도 많고 정물화들도 많았는데 너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 위주로만 설명을 들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
이것으로 마드리드도 투어 끝! 여행의 반 정도를 넘어오니 피곤한 느낌도 들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슬슬 들 무렵이었다. 같이 여행을 온 엄마에게 짜증이 나 있던 것도 한몫했고...ㅎ 여행 같이 다니면서 어쨌든 타인의 리드를 받으니 여행 루트에서 충돌될 건 없었는데 엄마는 첫날부터 계속 컨디션이 저하였고 나는 여행 후반부가 될 무렵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바톤 터치하듯 컨디션 난조를 겪었는데, 이때가 내가 컨디션이 슬슬 안 좋아진다고 느낀 날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역시 한국에서 오쏘몰을 사갔어야... 이제 세고비아, 사라고사, 몬세라트, 바르셀로나 남았네!!!! far more t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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