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여행지. 모두가 스페인을 온 이유라고 말하는 바로 그곳. 바르셀로나에 왔다. 바르셀로나에 방문하는 주 이유는 아마 아직까지도, 향후 몇백 년 동안도 스페인을 먹여 살리고 스페인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만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겠지. 우리 엄마도 이 중의 한 명이었다. 맨 처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우디 건축물을 실제로 두 눈에 담겠다는 여념 하나로 지난 8일간 그 모든 힘든 일정을 버텨오지 않았나요. 좀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구만. 아무래도 가우디 건축물에 대한 사진이 넘쳐날 것 같으므로 바르셀로나 포스팅은 2개에 걸쳐 써보도록 하겠다.
나는 엄마를 쫓아오긴 했다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물론 여행 가서 보는 것들은 대체로 화면에 그 위압감과 아름다움이 잘 안 담기는 경우가 많고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감동이 더 크게 밀려오긴 하지만.. 그래봤자 그냥 아파트 외관이잖아? 했던 나. 그런 나를 매우 치듯이 카사 밀라의 디자인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지금 사진 보는 분들도 저게..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하시겠지만 그냥 스페인 가서 직접 보세요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
다녀오신 분들 중에서도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으신 분들이 계셨겠지만 왜인지 나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공간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아파트 지으라고 해도 저런 디자인을 만들어내긴 힘들 것 같다 싶을 정도로 외관이 엄청나게 깔끔하고 진보적이고 세련되고 멋스럽고 근사하다. 분명히 화려하진 않은데 화려하고 심플하진 않은데 심플하다. 소재끼리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유의 질감이나 특징은 고스란히 전달하는 이 예술성이라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닌 데다가, 그런 걸 잘 못 보는 사람인데 카사 밀라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쁨과 순수한 희열을 주었다. 근데 하필이면!!!!!! 이 패키지에는 카사밀라 내부 관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진짜 코미디였지..... 아니 다들 가우디 보러 스페인 오는데 카사밀라 내부 관람은 안된다니... 나중에 가우디 덕후 투어 하러 다시 와야겠다고 속으로 오백만 번 다짐했다ㅠ 이걸 두고 어떻게 가요... 그 많은 성당들을 볼 바엔 내가 카사밀라 한 번을 보지....
그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구엘 공원이었다. 그 중간에 한식(닭볶음탕)으로 점심을 먹긴 했는데 솔직히 지금 가우디 투어 하는데 점심이 중요한가요!!!!!!!! 구엘 공원으로 바로 스킵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엘 공원은 원래 공원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로 설계가 되었다고 하는데 완성이 되지 않아 공원의 형태로 남겨졌다고 한다. 너무 궁금하다, 만일 가우디가 전체 아파트 단지를 모두 설계하고 완공을 했다면 그 모습은 어땠을까? 거기 사는 사람들 벌써 부럽네..
가이드분의 설명을 들어보니, 가우디는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을 중시해서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돌 1개도 엄청 소중히 다뤘다고 한다. 결국 건축이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제일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런 거 보면 가우디는 디자인적 감각뿐만 아니라 철학까지도 굉장히 진보적이고 세련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작정 밀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짓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배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할 방법을 찾는 게 진짜 멋있는 사고방식이 아닐까. 그리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진짜 반하겠어 너무 멋있어....
구엘 공원 입구로 쭉 들어오다 보니 방송에서도, 포스팅에서도 익히 봐왔던 타일로 만들어진 의자가 있는 공간이 나왔다. 예상하기로는 그냥 의자가 일렬로 쭉 늘어서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광장을 따라 동그랗게 의자가 쭉 성곽처럼 이어지는 식이었다. 나중에 보니 의자가 있는 이곳은 평지가 아니라 공원 아래로 내려가면 있는 공간의 '천장'이었다! 누가 천장을 이렇게 설계를 해요... 어느 공간 하나 버리는 곳 없이 이렇게 꼼꼼히, 탁월하게 설계하는 것도 재주고 재능이다.. 부럽네. 의자 너머 풍경으로 역시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리다 파밀라의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 이게 보이도록 사진 찍느라 결투가 치열했다. 찍고 0.1초 만에 비켜줘야 눈총을 안 받음ㅠ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이 배경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의자의 편안함이었다! 등의 곡선을 따라 체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가 되었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돌과 타일로 만들어진 만큼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고... 앉았는데... 허먼 밀러보다 더 편했다. 정말. 뭐 이런 게 다 있어 싶을 정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과 엉덩이 사이의 허리 곡선을 적당히, 단단하게 잡아주니까 애써 힘주지 않아도 편한 자세가 잡혔고 등받이의 높이도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서 기대고 앉아 쉬기에 최적의 형태였다. 아니 이 시대에 태어난 거 아닌가? 알고 봤더니 지금 나랑 같은 시대 살면서 몰래 죽은 척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 이제 부럽지도 않아ㅠ 그냥 대단하다.
의자가 있는 곳 왼편 계단으로 쭉 내려와 보니 가이드분의 말대로 의자가 있는 광장이 천장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수많은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공간이 나왔는데, 천장 장식도 정말 예뻤다. 다른 사람들처럼 기둥 사이에 서있는 사진만 줄곧 찍고 있는데, 옆에 있었던 외국인 일행이 핸드폰을 바닥에 셀카 모드로 놓고 천장 장식과 같이 타이머로 셀카를 찍는 걸 보고 저 아이디어 좋다! 싶어서 엄마랑 그렇게도 사진 찍음ㅋㅋㅋㅋ 혹시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시도해 보세요! 얼굴은 좀 못나게 나와도 천장 장식과 얼굴이 고루 잘 나온다 히히.
이 기둥 맞은편에 보면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관리사무소가 정면에 보이는데, 정말 귀엽지 않나요? 마치 어릴 적 동화에 나오는 과자의 집처럼 생겼다. 저 공간 또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역시나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줄을 기다려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사람들이 꼭 인증샷을 찍어간다는 도마뱀 동상이 있는데 여기도 위의 의자 공간과 마찬가지로 사진 전쟁이라 일단 찍으면 비켜줘야 한다. 후. 도마뱀이 있는 곳이 수로 역할을 해서 이쪽으로 물줄기가 쭉 내려온다고 하던데, 그냥 단순히 분수 장식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것을 이렇게 시그니처 조각상을 만들어 장식하는 아이디어 또한 정말 좋은 것 같다. 가우디 왠지 브랜딩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디자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도 많고, 가우디에 대한 칭송(?)을 하다 보니 분량이 엄청 길어졌네. 다음 포스팅에서는 모두가 감탄했던 사그리다 파밀리아랑 마지막 출국 날 내용이 적힐 것 같다. 스페인에 갈 당시엔 이렇게 상세한 포스팅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사진 들여다보며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한 자 한자 적다 보니 나 스스로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후후. 스페인 다음에 어디를 가야 할지 벌써부터 기대도 되고. 이제 진짜 1개만 남았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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