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미술관에서 2시간 반에 걸친 도슨트 투어를 마치고 향했던 세고비아. 세고비아 역시 론다처럼 작은 시골 도시여서 그런가, 식사를 하러 내렸을 때 주위에서 꽂히는 시선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이드분 말로는 아무리 한류, k-pop 하더라도 스페인에서는 한국을 잘 모른다며 대체로 동양인이면 중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데 중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안 좋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했다. 실제로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면 사방에서 니하오, 곤니치와 이 난리 피우길래 "I am not chinese, I am not japanese"를 입에 달고 살듯이 함^^
그래서 그런가 식당 서버 직원들의 태도도 아주 난리부르스였음. 안 그래도 한국인들 알아서 빨리 먹을텐데 누가 다 먹었다 하면 접시 채가듯이 가져가고.. 히유. 방탄소년단이랑 손흥민이 아무리 국위선양한들 아직도 현실은 이렇구나 싶어서 조금 씁쓸하긴 했다. 어떻게 아직도 이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 했지만 나 또한 모르는 국가들이 있겠지 뭐...
세고비아에서는 이동한 당일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숙소에 체크인해서 쉴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졌다. 세고비아가 고도가 높아 춥다고 말씀하신 게 무색하지 않게 정말정말 날씨가 썰-렁했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그나마 낮에는 햇볕이 강해서 덜 추웠는데 바람막이를 껴입어도 바람이 온전히 다 막아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가는 시간이 아까우니 멀리는 못 나가더라도 잠깐 주위는 산책하고 오자 싶어 엄마와 가방만 내려놓고 나왔다. 다른 분들은 슈퍼 문 닫기 전에 빨리 맥주 사 와야 한다며 가방 놓자마자 슈퍼로 뛰어가심ㅋㅋㅋㅋ 세고비아는 마을이 워낙 작아서 슈퍼가 6시에 닫고 이러더라.. 한 블록 건너 한 블록씩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아니지,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시골 마을에는 편의점이 없을 테니 비슷하려나.
기본적으로 마을에 거주하는 인원이 많지 않은데다가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가 굉장히 조용했다. 호텔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와보니 대로를 따라 쭉 펼쳐진 평원이 한눈에 보이는데 이게 뒤뜰이라고? 이게 산책로라고?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발코니에서 보니 그 평원에서 개들도 산책하고, 소들도 풀 뜯으면서 아주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한눈에 다 보였다. 저절로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곳... 근데 산책로로 가는 길에 있는 집 한 곳에 엄청 큰 개가 너무 크게 짖으면서 위협적으로 굴어서 엄마랑 후다닥 도망 옴. 숙소 와서는 엄마의 컨디션 난조로 나는 그동안 못 봤던 유튜브를 한창 탐방하다가 딥슬립했다 후후.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선 호텔 조식을 먹었다. 세고비아에서의 선택 관광은 열기구 타기였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가기 전부터 이건 안 탄다고 결심을 하고 갔더랬다. 근데 열기구 타기가 새벽 6시에 진행된다고 해서 선택하신 분들은 강제로 새벽 기상이고 선택 안한 나머지는 좀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식사 도중에 열기구 타고 오신 분들이 계셔서 엄마가 어땠냐고 여쭤보니 엄청 별로였다고...ㅎ 패키지 많이 다니신 분들이 말씀하시길 "열기구 타기는 무조건 터키에서"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도 한번 타봐야지... 터키에서....
세고비아에서의 스케줄이 이렇게 여유로웠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타도시들에 비해 관광할만한 스팟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수도교와 알카사르성! 디즈니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알카사르성 또한 내부관람이 선택 관광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정에 여유가 있을 수 있었다. 엄마랑 나는 알카사르성 내부까지 한번 구경해 보기로 결정!
먼저 세고비아의 수도교 먼저 관광했는데, 정말 엄청나게 컸다. 수도교를 실제 사용하던 시기에는 위에서 첫번째 홀 아래까지 물이 찰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이 수도교를 통해 흘러 들어왔다 나갔다고 한다.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엄마와 아이의 조각상은 수도교가 다 세워지고 난 후 맨 마지막에 저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대체 저 높이에 저 조각상을 어떻게... 넣을 수 있었던 건지 이전 역사에 지어진 건축물들 보면 신기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도교 보고, 외부에서 대성당 관람하고 점심식사를 했는데 또!!!!!! 돼지갈비찜 같은 요리가!!!!!! 다들 입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주로 이렇게 현지식으로 밥을 먹다 보면 같이 사이드 디쉬로 나오는 채소가 주로 감자였는데, 같이 식사하던 분이 아니 심지어 여기는 튀긴 감자도 이렇게 맛이 없냐며 저격을 하셨다ㅠㅋㅋㅋㅋㅋㅋ 엄마도 자기는 별로 생각이 없다며 대강 빵만 먹었는데 나는 그래도 소신 있게 참고 먹었다.. 자유여행이었으면 안 먹었겠지만... 패키지여행에서는 맛없다고 안 먹으면 나중에 뭘 먹을 시간이 거의 없다. 숙소는 대체로 시내랑 떨어진 곳이라 뭘 사 먹을 수 있는 곳도 없고... 뭐 만일 본인이 너무 절실하면 택시 불러서라도 어디 나갔다 오겠지만 그 정도의 볼드함은 없는 쪼렙이라. 흥.
불만족스러운 점심을 마치고 알카사르성으로 이동했다. 디즈니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중세 성 모형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모양새다. 아무래도 외양을 닮았다 보니 굳이 역사에 관해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외부 모습만 관람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엄마와 나는 여행 초기에 웬만한 선택 관광 옵션은 다 선택을 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이견 없이 내부 관람을 하러 들어갔다.
알카사르성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보니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제공한다! 관람 가능한 곳은 왕실 예배당, 이자벨 여왕이 실제 사용하다가 목숨을 거둔 침실, 회의실, 무기 전시실 등 꽤 많은데 관람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흥미롭지만 약간 무서운 사실이 있다면.. 윗 사진에 나와있는 벽화는 이자벨 여왕의 즉위식을 표현한 그림인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모든 인물들에게 동공이 없다.. 그 이유는 이자벨 여왕의 즉위식이 성모 마리아의 기념일과 겹쳐지게 되었는데 이자벨 여왕의 신앙심이 너무나 깊었던 나머지 눈을 그리지 말라고 했다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요ㅠ 너무 무서워요ㅠ
가이드분이 말씀하시길 그라나다도 입지가 좋긴했지만 세고비아에 있는 이 알카사르성이 적의 침입을 바로 알아채고 대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하셨다. 그리고 또다시(...) 이자벨 여왕이 얼마나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군주였는지를 설명하셨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헨리 3세? 와 결혼할 당시 대체로 왕실과 왕실과의 결혼은 정략결혼으로 여왕이 상대 왕에 귀속된다고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자벨 여왕은 이걸 대놓고 부정하면서 "당신이랑 결혼하더라도 우리는 각자 소유한 각자의 제국을 통치하는 왕으로서 군림한다"라고 선언했다고. 정말 멋지다. 나도 이자벨 여왕처럼 살고 싶어라!!!!
하지만 그 결심은 1분만에 꺾였다.. 성곽에 올라가 보니 너무너무 높아서 적이 침투하는 것은커녕 아무것도 못 보겠다ㅠ 흑... 다들 어쩜 그렇게 겁도 없이 사진 찍겠다고 턱턱 서시는 건지. 이런 거 생각하면 비행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타는 게 너무 웃기다.. 그렇지만 비행기는 너무 높으니까 내가 얼마나 높은지 감도 안 오지만 이건 너무 체감이 되잖아요 흑흑... 이렇게 이자벨 여왕에게 한껏 반한채로 알카사르성 투어도 끝났다! 세고비아 관광 스폿이 적다 보니까 오늘 포스팅은 되게 짧은 것 같다. 더군다나 제일 길었던 마드리드 직후에 이렇게 쓰니 쓰다만 느낌도 들구...ㅎ 이다음은 사라고사인데, 사라고사야말로 되게 내 예상을 빗겨 난 곳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주세요옹.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몬세라트 가지 마세요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1) | 2023.06.03 |
---|---|
현지 가이드가 꼽은 스페인 최고의 야경 스팟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4) | 2023.06.02 |
스페인 현지 최고 맛집 찾았습니다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0) | 2023.05.31 |
기독교 신자라면 놓칠 수 없는 스페인 관광지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0) | 2023.05.30 |
드라마에서 나온 그라나다, 실제로 보니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1) | 2023.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