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스페인 여행. 다들 빡빡한 일정에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친 부분들이 있어 처음과는 다른 모습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누군가 집합시간에 아직 안 오면 차분히 기다렸는데, 이제는 "그냥 버리고 갑시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 (물론 진심 반 농담 반이겠지만) 다들 표정이 일순간에 험악해질 때도 있었음ㅋㅋㅋㅋ 와중에 도착한 사라고사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소도시일줄 알았는데 엄청 번화한 큰 도시라서 놀랐던 곳이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때에 가까워져 있었고, 사라고사도 관광할 거리가 많지 않아서 그냥 둘러보는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의외의 기쁨(?)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저녁을 먹은 중식당 옆에 바로 츄러스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면서부터 눈 여겨봤는데, 여기가 츄러스 찐맛집이었던 것!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던 부부 분과 나눠먹기로 하고 츄러스를 주문했는데, 여기는 한국식처럼 별표 모양 스틱으로 된 츄러스, 동글동글한 찹쌀 도너츠처럼 생긴 볼 모양 츄러스 그리고 꽈배기처럼 생긴 통통한 막대 모양 츄러스 이렇게 3가지를 판매한다. 원래는 꽈배기 모양 츄러스를 주문하려 했는데 내가 주문을 잘못해서 일반 츄러스가 나왔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음.... 갓 튀겨져 나와서 따끈하고 바삭하고 반죽도 예술이고 초코라떼도 마드리드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진짜 너 무 너 무 맛 있 었 다. 나중에 다른 모양들도 시켜서 먹어봤는데 처음 일반 츄러스가 제일 맛있었음. 여기는 정말 강추라서 아래에 트립어드바이저 링크도 공유해 놓는다.
*사라고사 츄러스 대존맛집 la fama
사라고사도 큰 도시인만큼 프랜차이즈나 spa 패션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했지만 마드리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가 더 젊고 활기찬 느낌? 미국 워싱턴의 느낌과 뉴욕의 느낌이 같은 대도시라도 전혀 다르듯이 마드리드와 사라고사도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유독 사라고사에서는 2030대 젊은이들도 많고 술에 취해 고성방가 하는 어린애들도 많아서 그런가ㅋㅋㅋㅋㅋ 강가에 인접한 벤치에는 애정 표현을 엄청 진득하게 하는 커플들이 정말 많았다지...^^
거리를 따라 쭉 내려오다 보니 한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마침 고야의 특별전이 열리는 듯했다. 이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이 고야의 조각상에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야외에 전시해 두었는데 그 옆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연습하고 있는 게 젊음과 활기를 느끼게 했다. 결국 예술이란 개인의 삶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기억에도 남는 법인데, 프리다 미술관에 갔을 때도 그 미술관 주변 잔디 광장에 드러누워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처럼 스페인은 예술과 대중과 심리적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가이드분이 말씀하시길 이곳은 밤이 될 때 야경이 정말 예쁘다고 하셨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샌가 해가 져서 딱 예쁠 시간대가 되었다! 한국이라면 저녁 7시 무렵이라면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위의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건 저녁 9시가 넘었을 무렵.. 그만큼 스페인의 백야는 정말이지 길다. 다들 넋을 놓고 사진을 촬영해서 나도 사진을 연달아 찍었는데, 처음에는 나름 색감도 잘 잡던 나의 xs가 가면 갈수록 정신을 못 차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아예 겨울왕국처럼 온통 파란색으로 찍히기 시작....ㅎ 역시 눈으로 보는 게 낫겠구먼 싶어 나중엔 포기하고 그냥 멍 때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바로 사라고사 대성당 관람을 하러 이동했다. 이야기 듣기론 다른 곳과는 다르게 사라고사 대성당은 관람객들의 방문에 굉장히 엄격하고 실제 신자들을 위한 미사가 더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빠르게 관람을 하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처음에 관람하러 들어갈 때 미사를 위해 출근하신 신부님과 함께 들어갔는데 내부 분위기가 매우 엄숙하고 조용해서 실제 미사 장면을 관찰하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실 이전까지는 성당을 돌면서 화려한 장식과 큰 규모에 좀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고, 신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내 나름대로 사색도 하고 했지만.. 그 결론이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앙을 '위한' 어떤 것들만 관찰하게 되니까. 근데 이 날 아침 실제 미사를 드리고 있는 광경을 보기도 했고 성당에서 나오면서 성화에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니 신앙과 믿음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절로 들었다. 주체가 누구 건, 비는 대상이 누구건, 소원하고 염원하는 바가 무엇이건 그 마음 자체로는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외부인으로서 함부로 이렇군 저렇군 하는 건 지양해야 할 마음가짐이겠지...
사라고사에서의 일정은 조식이 마지막이었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몬세라트도 들러야 하고 해서 생각보다 좀 더 빠듯한 일정이 되어버렸던 것. 대성당 보고 와서 호텔에서 조식 먹고 바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화장실 들러야 한다, 가는 길에는 화장실 없다 계속 이런 말씀을 하셔서 조식 먹는 내내 마음이 넘 불편했다ㅠ 게다가 조식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오셔서 5분 뒤에 출발해야 된다고 하셔서 조식 다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헐레벌떡 화장실 다녀왔는데 기사분이 식사가 다 안 끝나서 기다려야 하는 초유의 상황 발생...^^ 굉장히 짜증 났지만.. 어쩔 수 없지 뭐. 한 접시도 다 못 먹었는데.. 티라미수 케이크 맛있었는데 흡...
몬세라트로 이동하는 도중에 화장실 때문에 휴게소를 한번 들렀는데, 여기에서 드디어 내가 찾던 하몽맛 프링글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 오기 전에 유일하게 찾아봤던 게 주위에 선물로 돌릴만한 게 뭔지였는데 거기에서 하몽맛 프링글스를 발견하고 궁금해서 세비야에서부터 찾아다녔는데 여기에서 발견하다니 후후. 근데 웃긴 건 선물할 것만 사 오지 정작 내 건 안 사 옴... 킁... 맛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한번 들어봐야 되겠네요. 여튼 사라고사에 관한 포스팅은 여기서 끝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프링글스 산 후 몬세라트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해야겠네!! 이제 정말 끝이 보이는구먼.
패키지여행은 특성상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기 때문에 도시 간 이동시간이 매우 길다. 나 같은 경우에는 최소 1시간, 최대 5~6시간 정도 경험해 보았는데 이동 시 참고할만한 사항들을 한번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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