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니 추운 바깥보다는 실내로 자꾸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 하지만 코로나도 (어느 정도) 잡혔고 연말 시즌이 다가오며 그동안 못 봤던 이들과의 약속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기왕 만나는 거 기분도 낼 겸 팬시한 레스토랑들을 둘러보지만 매장 인테리어 트렌드가 ‘깔끔’, ‘모던’으로 바뀐 이후로 차가운 소재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왠지 테이블에 살이 닿는 순간 냉골에 화들짝 놀랄 것 같잖아요? 친한 사람들끼리 오붓하게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할 곳이 없을까 한창 찾던 차에 예상외로 오피스 밀집지역인 선정릉역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저녁도 해결할 겸, 미리 사전답사 겸 혼자 저녁을 먹어보기로 결심! 다소 외로운 디너였지만 약속장소 때문에 싸맸던 머리는 해결했다죠.
평일 저녁시간대 씩씩하게 문을 열고 매장 내부로 향했다. 자고로 혼밥은 기세라고, 메뉴판을 여유롭게 둘러보곤 뻔뻔하게(?) 두 개의 메뉴를 주문. 어차피 카르파초는 애피타이저니까 메뉴 0.3개 정도로 칠 수 있지 않나요.
비프 카르파치오 (26,000원)
풍기 크레마 (25,000원)
식사 중인 테이블이 별로 없었음에도 메뉴가 나오는 데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의아하다고 생각할 참에 나온 카르파치오의 비주얼을 보고 조금 납득. 선홍빛이 도는 신선한 한우를 겉만 살짝 익혀 얇게 썰어낸 살루쪼의 카르파치오는 누가 먹어도 좋아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그 위에 참깨소스로 버무린 샐러드 야채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함께하니 고소함과 식감이 배가되어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애피타이저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지. 연말 모임처럼 단체 식사를 하는 경우엔 타파스든 피자든 같이 나누어먹을 메뉴가 하나쯤은 꼭 필요한데 그때 주문하면 딱 적합할 듯한 메뉴였다. 좋았어, 모임 때 주문할 메뉴 하나 확정이요. 본식으로 주문한 풍기 크레마는 버섯에 버섯 크림, 화이트 트러플 소스 그리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함께한, 메뉴 설명만 봐도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였다. 예상만큼이나, 아니 예상보다 더 묵직하고 꾸덕한 크림 덕분에 연말 시즌이 불러일으키는 풍성함, 화려함이 내 입 안에 가득 차는 느낌. 개인적로는 일반 쌀보다 보리쌀 같은 걸 활용해서 오독오독한 식감을 더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대로도 대중들 마음 사로잡기는 어렵지 않겠지만요.
데이트, 소규모 연말 모임 장소로 추천!
살루쪼는 가게 내부도 큰 편은 아니고, 8명 이상의 대규모 모임을 하기에는 다소 협소한 편이다. 대신 산타마을 어귀에 있을 것 같은 빈티지한 외관과 내부 분위기가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기엔 적합하고 특히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이라면 조용히 담소 나누며 식사를 하기에 딱 좋을 듯! 사무실 밀집지역인 선릉이나 강남과도 멀지 않아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하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다들 따뜻하고 맛있는 연말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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