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까보다로까까지 이야기했는데, 까보다로까에서 장장 5시간을 열심히 달려 드디어 스페인 세비야에 입성할 수 있었다. 어쨌든 국경을 하나 건너는 것이기에 중간에 검문소가 있나(촌스러운 생각일까요) 고개를 쭉 빼고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발견한 표지판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페인과 포르투갈 중간에는 그저 표지판 하나만 두고 나뉘어 있습니다. 어쩌면 나눠져 있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게, 그냥 쭉 뻗은 도로에 '여기부터 스페인이다'라고 말하는 표지판 하나뿐이니 그냥 알려주는 것뿐! 근데 이렇게 한 걸음? 차이도 안 나면서 시차는 1시간이란다. 한 발짝 떼면 1시간 어려지고, 한 발짝 되돌리면 1시간 나이 드는 매직이라니. 어이없고 웃겨라.... 그 와중에 이렇게 부산 오듯 다른 나라에 올 수 있는 유럽인들이 한결 부러워졌다. 단군께서 점지은 이 땅이 조금 원망스러워지네요. 왜 위에는 미세먼지와 코로나고 아래는 침략과 방사선의 민족입니까ㅠ
세비야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세비야 대성당이었다. 세비야대성당은 로마에 있는 성베드로 대성당, 영국의 세인트 폴 대성당 다음으로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큰 3대 성당에 속한다고 한다. 이 때는 성당 투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 위압감과 화려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내 핸드폰이 사용한지 시간이 좀 많이 지난 아이폰 xs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이는 것에 비해 사진으로 찍었을 때 형체가 표현이 너무 안돼서 슬슬 열받기 시작했다. 찍어도 찍어도 내 눈앞에 있는 이걸 담아내질 못하네!!!!!
여기에는 콜럼버스의 무덤이 묻혀있어 그 유명세가 더해졌다고 하는데, 유해를 확인해본 결과 실제 콜럼버스의 유전자와 유사성은 80% 정도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하는 수치라곤 하는데 진짜인지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많다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처럼 제국주의 국가들에게는 기쁘고 행복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발견 '당한' 입장에서는 결코 좋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콜럼버스도 이를 인식했던 것인지, 임종 직전에 자신의 아들에게 스페인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던데.. 스페인에게 배신당한 억울함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쨌든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황금으로 금박을 입힌 장식들도 많고, 나무 중에 제일 단단하고 견고하다는 흑목으로 지어진 곳들도 많다. 얘기를 듣기론 인디언들이 이 성당 건축에 사용되는 모든 금들을 채굴했다고 하는데, 만일 할당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그에 대한 벌로 손목을 잘랐다고... 야만스럽고 잔인하기 짝이 없다.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스페인의 오만함과 잔인성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다. 일전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스스로를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라고 생각해서 서로 지구를 반씩 나눠가져 통치하는 것을 협약한 내용도 있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음!!!!
아무래도 역사가 깃든 공간이다 보니 점점 역사 포스팅이 되어가는 느낌이 드는데요... 세비야 대성당은 관람하기에 아주 쾌적하고 좋은 공간이었다. 외부 정원도 엄청 예쁘게 꾸며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린 오렌지 나무들이 가득이었다. 기분 탓인지 오렌지 향도 나는 것 같고! 이 근방에 있는 주민들도 여기와서 독서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어딜 가나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 사색 가득한 독서하는 사람들이 참 멋져 보여.
스페인은 이슬람 문화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타일이나 자기 장식으로 꾸며진 곳들이 정말 많았다. 가이드님이 세계 어디서도 이런 건축 양식을 볼 수가 없다며 침을 한껏 튀기시면서 말씀하시는데... 열정이 넘치셔요... 스페인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마차 투어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그렇게 무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열대 야자수들이 자라나고 생전 본적도 없는 식물들이 무성히 뻗어나가는 것이 이색적인 정취가 풍겼다. 뭐랄까.. 스페인 건축 양식은 느낌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이런 느낌도 있고.. 저런 느낌도 있고.. 정말 어디서나 본 것을 어디서나 본 적 없이 섞어놓은 그런 느낌이에요..라고 말할 법하다.
마차가 달리고 달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스페인 광장은 세비야에도 있고 심지어 로마에도 있고 여기저기 다 있는데,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은 고즈넉한 왕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 역시 시대가 어떻건 간에 돈이 많은 게 최고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심지어 이렇게 무더운 나라에서 곤돌라를 탈 수 있는 운하가 있다니요ㅠ 뜨거운 게 아니라 따가운 스페인 햇살을 받으니 슬슬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곤돌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 더위가 좀 식는 느낌도 들었다. 여기는 사진에 보이는 아치형 다리 위에서 찍으면 사진이 젤 잘 나온다고 하니 참고하셔요.
저녁으론 중식을 먹고, 플라맹고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을 기다리며 꿀 같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고른 상품에는 대도시 갔을 때 일부 자유시간이 포함된다고 해서 선택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예측 못한 자유시간이 있을 줄이야!! 뭐 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날이 너무너무 덥고 그냥 식당에만 앉아있기엔 조금 뻘쭘한 시간이라 일행들과 같이 누누이 탐냈던 젤라또를 사 먹으러 가기로 했다.
스페인 젤라또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그냥 관광할 때 길가다보면 하도 젤라또 집이 많이 보여서 젤라또를 먹고싶었던 건데...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그냥 눈에 보이는 주택가 동네 젤라또집을 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별로 특별한 맛은 없었다. 피렌체에서 먹었던 젤라또랑 비교해보면 더더욱 특색 있는 맛은 아니었던. 요즘은 한국도 젤라또 맛집이 워낙 많아서 입맛이 상향 평준화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만.. 더위를 달래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다. 그전까지는 다들 너무 피곤하고 정신이 없어서 별말을 안 하다가 이렇게 자유시간으로 둘러앉아 그런가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걸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왜인지 이번 여행에서는 내 얘기를 하기가 왜 그렇게 부끄럽고 힘들던지!!! 끙.
이 날 관광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숙소에 들어가서 푹 쉬었다. 이때 썼던 일기를 보니 "노천카페 갔을 때 시간이 일곱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세비야가 백야라서 진짜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퇴근한 사람들이 애기들 놀이터에 풀어놓고 그 근처 노천카페에서 맥주한잔하고 여유 부리고 있는데 진짜 너무 좋아보였다. 왜 우리나라는 저게 안될까. 그 시간에 우리는 다들 빡빡한 강남역에서 실려다니고 학원 가고 자기계발하고....그런게 나쁘단게 아니라 너무 우리는 그런거 안하고 사는거 아니냐고요ㅠㅠ 흡. 삶의 균형을 맞추는게 한국에서 가능한 일일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라고 쓰여있는데, 스페인 여행하면서 '여유'에 대해 정말 생각을 많이 했다. 여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인식, 삶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던 날.
패키지여행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패키지 여행 상품이 수익 보전을 할 수 있는 건 '선택 관광'을 옵션으로 넣기 때문이다. 가이드에 따라 선택 관광을 설명하는 뉘앙스는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떤 가이드는 거의 강제하듯이 했다고.. 우리와 함께한 가이드는 강요는 안 하지만 웬만하면 하는 게 낫다 강조하는 주의라서, 그걸 참고해서 엄마랑 총 10개 중에 7개를 선택해 진행했다! 각 옵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마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자주 나올 듯하니 참고하시길!
선택 옵션 | 비용 | 선택 여부 | 개인적 평 |
포르투갈 오비두스 시티투어 | 1인 50유로 | 미선택 | 우리나라 익선동 골목 투어 같은 느낌이라해서 선택 안함. |
포르투갈 리스본 툭툭이 | 1인 60유로 | 선택 | 개인적으로 마차, 꼬마열차보다 더 좋았던 듯. 바람 쐬니 현지 느낌이 나서 좋았다. |
스페인 세비야 마차 투어 | 1인 50유로 | 선택 | 날이 너무 덥지 않으면 안 타도 괜찮을 듯. |
스페인 세비야 플라맹고쇼 | 1인 80유로 | 미선택 | 딱히 흥미 없어서 안 함. 가이드는 완전 추천함. |
스페인 그라나다 야경투어 | 1인 60유로 | 선택 | 딱히..... |
스페인 톨레도 꼬마열차 | 1인 30유로 | 선택 | 그냥 사진 찍는 값. |
스페인 마드리드 야경투어 (*바르셀로나 대신 마드리드로 변경) |
1인 70유로 | 선택 | 제일 재밌었다! 츄러스 원조집도 가고 헤밍웨이 원픽으로 유명한 버섯요리 집 갔는데 올리브, 하몽, 버섯 모든 게 최고. |
스페인 세고비아 열기구 | 1인 230유로 | 미선택 | 고소공포증이라 선택 안함. |
스페인 알카사르성 내부 투어 | 1인 50유로 | 선택 | 이자벨 여왕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선택하면 좋을 듯. |
스페인 몬세라트 케이블카 | 1인 50유로 | 선택 | 고소공포증 없다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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