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서는 하루 정도 머물렀지만, 워낙 날이 덥고 전날 비행으로 정신이 없었다 보니 한나절 정도 있었던 느낌이었다. 한국인 성미 그대로 여기 가서 사진 찍고 저기 가서 사진 찍고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우리들 사이로 마냥 태평하게 한낮 음주를 즐기고 있는 유럽인들을 보고 있자니... 만일 내가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내 급한 성격도 조금은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전과 환경 중 어떤 것이 더 성격이나 특질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지만 분명한 건 여기 몇 년 동안 살면 나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 아마 그전에 속 터져 죽으려나 싶지만..
첫날 점심은 포르투갈 대표 음식이라고 하는 바깔라우였다. 바깔라우는 소금에 절여 염장 상태인 대구살을 활용한 요리인데, 먹어보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짜지 않고 감칠맛 나는 맛있는 요리였다! 내가 방문한 식당에서는 감자와 양파? 등이 함께 들어가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한 맛이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엄마가 집에서 해준 감자볶음밥에 참치 캔을 넣고 같이 볶은 것과 거의 흡사한 맛이었다. 딱히 호불호 없이 누구나 잘 먹을 법한 요리인데 엄마는 음식에서 특유의 향이 난다고 찔끔찔끔 먹길래 개복치라고 한참 놀림.
후식으로는 에그타르트가 제공 되었는데, 사실 좀 두려웠다. 이전에 한번 홍콩에 갔을 때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맛있다고 해서 혼자 패기 넘치게 6개짜리를 샀는데 달걀 비린내가 말도 못 하게 나서 다 버렸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긴 비린내는 안 났지만,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는 부분이 부드럽기보단 푸딩처럼 탱글한 느낌이고 크림 자체가 맛있는 느낌은 아니라서 그닥이었다. 나중에 에그타르트 원조집이라는 '벨렘' 빵집에서 가이드 분이 에그타르트를 사서 나눠주었는데 거기가 진짜 맛있었다, 뜨끈뜨끈하고 들쩍지근해서. 찾아보니 위에 언급한 음식이 리스본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라는데 놓치지 않고 드시길!
점심을 먹고나서 본격적으로 관광에 나섰는데, 포르투갈 역시 중간중간 기념탑 등이 많이 세워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벨렘의 탑 같은 경우, 이전에 지나가면서 세계테마기행에 나온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정도로 클 줄은 예상을 못했다. 정말 항구에 들어오는 그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엄청 큰 조각들이 장엄하게 줄지어 있는 걸 보고 감탄 또 감탄했다. 아쉬운 점은 바닷가로 향하는 면까지 인물이 새겨져 있는데, 육지에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점. 우리나라 전쟁기념관에도 이와 같은 형식의 조형물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저런 구도가 역동성과 어떤 비장함을 부여하는 듯하다.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길거리마다 정말 많은 인물들의 조각과 형상을 놓아두었던데, 그만큼 기릴 인물이 많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엄마랑 지나가면서 우리나라에도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외 저렇게 기릴 인물들이 또 누가 있을까 한참을 얘기했는데 결론은 역사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 는 것이었음.
지방 여행을 가면 특색 있는 간판 찾기에 열중하는 나는 해외 나가면 그렇게 특색 있는 스타벅스를 찾는 게 즐겁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국가에 따라 위치한 곳이나 외부 인테리어가 달라지기 때문! 리스본에 있는 스타벅스는 정말 고풍스러운 건물 1층에 숨겨지듯 입점해 있었는데, 스타벅스의 굵직하고 선명한 로고와 대비되는 건물의 입체감이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다. 잠깐의 자유시간 동안 돌아다녀보니 포르투갈은 전반적으로 가로수가 엄청 크고 굵직한데, 공원에 이런 나무들이 쭉 뻗어있으니 눈이 절로 시원해지는 게 한국의 서울숲이나 한강공원이랑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어서 조금 슬프기도 하고.. 마냥 다른 나라 것이 좋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수도권에도 공원이 더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저번에 대구에 가보니 족욕 공원도 있고 지방 특색 살린 공원도 다양하게 있던데 수도권은 땅값 비싸다고 죄다 아파트 박아놓은 바람에 숨 쉴만한 공간이 너무 없음... 휴.
맛 없는 저녁을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기절했는데, 기절도 마음껏 못한 것이 다음날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서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했다(...). 가이드님 말로는 원래 패키지여행은 456 아니면 567이라는데 이 말 뜻은 '4시 기상 5시 준비 6시 출발'이거나 '5시 기상 6시 준비 7시 출발'이라는 뜻이다. 그나마 우리는 후자라서 좀 낫다고 하셨는데 상품 판매할 때 사전에 이런 정보는 좀 알려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 체력 안 되는 사람 멋도 모르고 패키지 예약했다가 중간에 졸도하게 생겼어요ㅠ 혹여 패키지여행을 고려하고 계신 체력 안 좋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참고하시길. 어쨌든, 새벽 다섯 시에 겨우 기상해서 아침은 호텔에서 싸준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먹고 서쪽 땅끝 마을이라는 까보다로까로 고고.
새벽 공기를 뚫고 가열차게 도착한 까보다로까는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예전에 친구랑 제주도 오름을 올랐다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숨을 못 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바람이 엄청 많이 불어서 사람들이 죄다 5분 만에 인증숏만 찍고 버스에 올라타는 최후의 사태가 발생했다. 엄마랑 나는 사람들 썰물처럼 빠진 후에 인증숏을 찍느라 조금 더 남아있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니 죄다 풍선 인형처럼 배가 부풀어있는 게 이게 내 배인지 바람이 들어가서인지!!!! 마지막으로 보는 포르투갈 전경이 무색하게 바람 때문에 정신없이 날려버린 기억뿐. 이제 다음 포스팅부터는 찐찐 스페인 여행기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래서 패키지여행 어떠냐?"라고 물으실 것 같아서 앞으로 포스팅에 이에 대한 정보들을 적어보려한다. 제일 먼저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을 비교한 내용을 보기 쉽게 표로 작성해 보았다. 다녀온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나중에 더 나이 들기 전까지는 당분간 가지 않을 예정!
비교 | 자유여행 | 패키지여행 |
장점 | 1.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일정, 시간 등등 2. 다른 사람 눈치 안 볼 수 있다 3. 내가 가고싶은 곳 오래 둘러보고 내가 안 가고싶은 곳은 일정에서 뺄 수 있다 4. 컨디션 관리가 용이하다 (장 컨디션 포함) 5. 현지인과 섞여 문화를 체험하거나 대화할 수 있다 |
1. 한번에 많은 도시를 갈 수 있다. 2. 이것저것 선택할 필요 없이 가이드가 짜놓은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3. 내가 짠 일정이 아니라 남탓할 수 있다 (엄마 이거 내가 정한거 아니야) 4. 현지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
단점 | 1. 비용이 많이 든다 2. 모든 걸 다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3. 그러므로 책임소재가 다 나한테 있다 |
1. 사진 찍고 타고 사진 찍고 타고 내가 이 도시 관광하러 왔는지 사진 찍으러 왔는지 모르겠다 2. 식사 선택 불가 일정 선택 불가 불만 있어도 말하기 힘듦 3. 친하지도 않고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랑 동행해야함. 만일 그들이 시간 엄수도 안하고 성격도 안좋다면...? 4. 화장실을 잘 못간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화장실 갈 시간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은....(먼산) 5. 컨디션 관리가 힘들다. 매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고 최소 하루에 15,000보 이상은 걸어야함. |
추천하는 사람 | - 장 운동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 - 브이로그나 여행 유튜브 감성으로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싶은 사람 (패키지 여행에서는 시간 없어서 죄다 그저 인증샷 수준만 됨) - 제대로 관광하고 싶은 사람, 현지인들의 문화 느껴보고 싶은 사람 |
- 해외여행 어디 다녀봤냐고 물어볼 때 최대한 많은 국가, 도시를 읊고 싶은 사람 - 여행 경비 및 일정에 제한이 있는 사람 -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녀오고싶은 자식들 - 선택하는 거, 미리 예약하고 알아보는 거 너무 스트레스고 피곤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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