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스페인 관련 여행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 같지 않나요? 텐트 밖은 유럽도 그랬고 뭉쳐야 뜬다도 그랬고.. tv만 틀면 죄다 스페인 얘기라 스페인 관광청에서 협찬을 한 건지 의심이 들던 차에 엄마가 건넨 한 마디. "나 가우디를 보러 가야겠어." 참고로 우리 엄마는 비행기 타는 것도 극혐이고 밖에서 자는 것도 극혐인 초절정 예민캐다. 어디 다녀오면 알콜스왑으로 모든 걸 박박 닦아대는 내가 바로 우리 엄마를 닮은 예민캐 미니미인데 그런 엄마가 스페인에 가자고 하다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2019년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해외여행이라곤 꿈에서나 갈 수 있었던 나에게 찾아온 꿀 같은 기회. 쿨한 모녀답게 비용은 더치페이하고, 5월 중순에 갈 수 있는 걸로 바로 예약 완료.
이전에 나 혼자 혹은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갔던 여행은 죄다 자유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유여행을 선택지로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초행길이라 엄마를 가이드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회사 사람들부터 친구들까지 모두 "부모님이랑 같이 갈 때 자유여행으로 가는 건 자기 무덤 자기가 파는 꼴이다"라고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여행 선배들의 눈물이 서린 충고를 뼈 깊이 새겨, 패키지 여행으로 서치 서치. 자유 여행 선호자답게 나는 한 도시에 가면 최소 일주일간은 있는 사람이라 처음엔 여유로운 일정으로 꾸려진 스페인 온리 패키지를 예약했으나, 출발 날짜가 다가와도 예약 인원이 3명에서 늘어날 생각을 안 했다. 결국 여행사 직원이 현재 출발 확정 된 포르투갈+스페인 패키지로 바꾸는 게 예정된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여 그 상품으로 바로 쿨결제했다. 이 때는 몰랐지.. 상품명에 쓰여있는 '최적의 동선'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솔직히 이 포스팅이 정보성은 아닐 것 같은데.. 이번 포스팅에서 드릴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정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아래와 같다.
터키항공 타지마세요
터키항공 타지 마세요
터키항공 타지 마세요
터키항공 타지 마세요
살면서 많은 항공사의 많은 비행기를 타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 루프트한자, 에티하드 등등.. 나는 일전에 스위스 갈 때 수하물 분실했다 겨우 찾아서 여행 시작 4일 차에 캐리어 전달해 준 루프트한자가 최악인 줄 알았지. 근데 정말 터키항공은 역대급이었다. 비행기가 출렁거려서 정말 상공에서 신을 저절로 찾게 됐다. 기상 때문에 그렇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4시간 비행하는 동안 거의 30분에 한번 꼴로 지진난 마냥 몇 분 간 계속 비행기가 미친 듯이 흔들림. 그리고 왜 때문에 기내식 먹을 때는 더 심해져서 사람 멀미 나게 하는가!!!!!!!!!!! 기내식과 함께 받은 콜라가 넘칠 정도로 흔들릴 때마다 정말 온몸에 식은땀이 절로 났다. 일정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탄 건데 정말 다시는. 다시는 타지 않을 테야.
기내식 맛은 그냥 쏘쏘했습니다. 워낙 기내식도 잘 먹고 비행기 안에서 잘 자는 타입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우리의 개복치 엄마는 14시간 동안 불안감에 떨며 잠도 못 자고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그나마 이스탄불에서 경유하는 일정이라 중간에 잠깐 땅에 붙어(?)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망정이지 직항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뻔했다.
우리가 고른 패키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정오쯤 떨어져 바로 일정을 시작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중요했다. 하지만 같이 오신 분들 보니 이미 우리 엄마처럼 지친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나는 그저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뿐. 이때부터 패키지가 나랑은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만일 자유여행이었다면 호텔 체크인 시간만 대충 맞춰서 잠깐 들어가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여유롭게 관광하러 나왔을 텐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버스에 타서 점심 먹으러 가야 한다고 흑흑..
비록 정신이 혼미해도 구경은 해야겠기에 눈을 부릅뜨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을 오면서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여행할 곳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아서 그런가 또 예상했던 바와 달라서 재밌는 부분들도 많았다. 포르투갈에 대한 나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아이클라우드에 업데이트되는 항목 수를 보니 이번 여행에서 대략 2200장의 사진을 찍었더라.. 원체 사진을 안 찍는 성격이긴 한데 이번엔 엄마의 충실한 찍사 역할도 하고, 포스팅에 올릴 생각도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이 순간을 충실히 즐기기 위해 정말 엄청나게 사진을 찍어댔다. 이 모든 사진을 포스팅에 올리려고 생각하니 정신이 다 아득해지는구먼.. 천천히,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포스팅에 써보도록 해야지. 아직 포르투갈 여행도 다 못 썼다. 어마어마한 일정이 궁금하시다면 줄지어 올라올 포스팅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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