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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나온 그라나다, 실제로 보니 (스페인&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후기)

꿈과 항해

by zipzip 2023. 5. 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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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헴 현빈은 아니지만 알람브라 궁전을 방문하러 왔소

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페인 방문에서 기대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스페인의 츄러스, 두 번째는 가우디의 건축물들, 마지막은 바로 그라나다. 개인적인 연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중 매체를 통해 익숙히 들어온 곳이고, 왕족들이 살았던 궁전에 대한 조금의 로망이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달까. 그라나다 방문 전날 엄마와 호텔에서 노닥거리면서도 "난 내일이 제일 기대된다!"고 했던 날이라서 두근두근 선덕선덕하는 마음을 가지고 버스에 탑승했다.

 

원래는 요만큼 정도 되는 성곽 + 궁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이만큼 복잡해졌다고 한다. 이게 우리가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알람브라 궁의 모습.

하지만 성에 들어가기 전에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했는데, 현빈이 드라마에서 왔다갔다한 아라자네스 안뜰은 개인적으로 방문 6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볼 수 있다고!!!!!!! 좀 화날 뻔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 당연히 거기가 대표적인 명소이니 방문하는 줄 알았는데.. 이래서 예약 전에 꼼꼼히 확인을 잘해봐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방문 자체를 망치거나 한건 아니지만 김이 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흥칫뿡.

 

입장 대기 중에 호다닥 구매한 책갈피.

 

와 나도 왕족하고 싶다

조망이 좋구나...
장미정원은 정말 사진찍기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타이밍이 생명임
여기 앞에서 사색을 했겠군...

이곳도 생전에 본적없는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딱 어머님 취향이지요?

알람브라 궁전 정문으로 입장해서 쭉 들어가면 오른편에 여름 별장으로 먼저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꽃이 조금 진 상태라 다소 안 예쁠 수 있다고 가이드분이 설명 주셨다. 장미는 여름 꽃이라고 알고 있는데, 장미도 벌써 졌다면 여기 기온은 도대체 얼마나 된다는 것인지..? 장미정원을 중심으로 해서 왼쪽으로는 높은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안뜰에는 분수가 어여쁘고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는데, 가이드님이 여기에서 자유시간 15분 드린다고 하자마자 다들 튀어가서 사진 찍기 바빴다. 근데 우리 못지않게 유럽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서 분수에서 한번 사진 찍으려면 눈치 싸움으로 전쟁을 벌여야 했다... 휴... 서로 빨리 나오라고 기싸움 오져서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기 다 빨림ㅠ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뜰 같은 정원이!
크아아악 예쁘다 나도 왕족할걸

알람브라 궁 역시 이자벨 여왕이 머무른 곳인데 (나중에 나올 알카사르 성도 그렇고) 가이드님이 이자벨 여왕에 대해 너무 카리스마 있고 멋진 군주라고 열변을 토하셔서 그런지 괜히 그녀처럼 위엄 있게 걸어보고 싶고..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왕족이 이만한 여유와 권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서민의 노동력이 들었겠지만... 나도 왕족 하고 싶어. 베르사유 궁전 야외 정원 봤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이렇게 넓은 정원에서 "왜 나는 내가 가진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거야!!!" 하면서 울고 싶다. 약간 페라리 핸들 치면서 "이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울부짖고 싶은 것처럼... 그게 저에겐 넓은 정원이에요ㅠ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하나하나 새겨진 문장들. 이렇게 보니 조금 징그럽군요?
현란한 장식이 새겨진 문 너머를 보면 그라나다의 풍경이 한눈에

사진 속에 담겨있는 아라베스크 장식들은 직접 한땀 한 땀 손으로 조각한 것이라고 하는데. 엄마랑 스페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이야기한 것이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우리네의 손기술은 점점 더 퇴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더 이상 손기술을 발휘할 필요가 없으니 그런 것이겠지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사실주의 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처럼 기계식 공정으로 찍어낸 상품들이 더 질이 좋고 깔끔하다는 인식이 박히면서 수공예해서 작업한 상품들이 판매가 안 되는 것도.. 철저히 경제원리에 입각한 현상이겠으나 (아무래도 수공예 작품들이 가격이 더 비싸니까) 점점 이런 것들을 볼 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스페인 감상하다가 자꾸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거의 유일하게 패키지 동행 분들 얼굴 안나와서 올릴 수 있던 동영상... 물 떨어지는 모습조차 유리구슬 같고 예쁘다

붉은 성, 붉게 물든 세계

알람브라 궁 이름은 '붉은 성'을 뜻한다고 한다. 적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성을 쌓아야했는데, 돌로 만들면 그걸 가공하고 쌓는데 시간 걸리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게 흙을 뭉쳐서 쌓는 방법이었다고. 그래서 성벽을 가까이서 보면 흙 안에 모래가 고스란히 다 보인다. 

 

신기한 건 돌이 잘린 단면까지 저렇게 깔끔하다는 거다. 대단허구먼.
성곽 내 살던 사람들의 집터를 그대로 보존해놓은 공간.
성곽을 따라 올라가보면 보이는 그라나다의 전경.

정말이지 어이없어

일전의 포스팅에서 스페인의 제국주의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반감이 심해졌던 게 이때였던 것 같다. 알람브라 궁 내에는 이자벨 여왕이 건설한 성도 있지만, 이자벨 여왕의 손자가 알람브라에 방문해서 그의 외할머니가 해놓은 걸 보고 질투심에 사로잡혀 새로 세운 궁이 또 있다. 그 궁 외벽에 위의 조각이 장식되어 있는데, 가이드 분이 이 그림의 뜻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역설을 하셔서!!!! 꾹 참고 들음. (그나마) 기억나는 건.. 저 중앙에 있는 지구가 반만 보이는데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지구의 반씩 통치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협의한 반이 보이는 거고, 저 나무는 종려나무고.. 여신? 의 위에 올려져 있는 신성한 천은 신이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지정했다는 증표라고. 가이드님 저 이 정도면 기억 잘하지 않나요 (뻔뻔). 어쨌든 저렇게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보고 흥! 흥! 거림. 저 시대야 신대륙 발견도 전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그러려고 죽어나간 병사들은..ㅠ

 

내부는 요렇게 생김!
외부에 걸린 저 고리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바로 말 묶어두는 용도!

선생님 아직 안 끝났어요 야경투어 하셔야죠

우리가 결제한 패키지 상품의 선택 옵션에는 두개의 야경투어가 있었는데,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에서였다. 바르셀로나는 나중에 마드리드로 변경되긴 했지만. 여튼 엄마랑 나는 두 개 다 선택을 했는데 그라나다 야경투어 선택할 때만 해도 알람브라 궁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한 거였다. 약간 덕수궁 야간투어처럼? 근데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 그냥 그라나다 시내 주변 투어하는 정도였음... 흑... 

 

저녁 식사. 오징어 먹물...소스였는데 웩이었음

본격적인 야경투어에 앞서, 전체 인원 저녁 식사가 있었는데 무슨.. 오징어 먹물과 오징어가 들어간 듯한.. 소스의 밥이었는데 배고파서 그냥 먹긴 했지만 엄청 맛없었다. 같은 식탁에 앉은 다른 일행(모녀)의 따님 분은 못 먹겠다고 다른 거 주문하면 안되냐고 했는데.. 안 됐던 듯. 패키지 투어의 가장 안 좋은 점: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가 없음. 엄마는 이전 식사에서 다 특유의 향이 난다고 먹기 힘들어했는데 또 이건 잘 먹어서 의외였다. 한국에서 밥 먹을 때는 대체로 엄마랑 식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에 나와보니 나는 괜찮다는 거 엄마는 안 괜찮고, 나는 안 괜찮은 게 엄마는 괜찮아서 서로 너무 다르다고 놀랐다. 

 

알람브라 궁을 배경으로 버스킹이라니.

론다, 그라나다, 톨레도 등 스페인 유적도시 올 때 하이힐 절대 불가

말은 야경투어지만 스페인의 백야가 심하다보니 저녁 7~8시가 되어도 한낮처럼 밝은 그라나다를 걸어 다녔다. 이미 그전에 알람브라 궁전 투어만 해도 충분히 만보를 넘겼는데, 더 걷자니 다리도 당기고 어어어엄청 피곤했다.. 기대했던 만큼 뭔가 많은 것들이 있기보다는 관광객들 대상으로 꾸려진 상점을 한 번씩 방문해 보는 게 야경투어의 혜택이었달까? 그리고 나중에 그라나다에서 유명하다는 현지 술집에 가서 샹그리아 한잔하고 안주를 몇 가지 맛볼 수 있었다!

 

엄마가 계속 사올걸 하고 후회했던 문열리는 마그넷
타일 마그넷... 하나쯤 사고 싶었는데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다

달달한데 정말 취기가 금방 올랐던 샹그리아
오징어 튀김, 대구 튀김, 감자 크림 크로켓 같은 것?

드디어 밤이다 쉴 수 있다

스페인 어느 명소를 가나 버스킹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조각상의 예술성..
바쁘게 지나가는 스페인 사람들

이렇게 그라나다의 하루도 마무리! 한 3일정도 다니면서 느꼈던 건 스페인 거리가 진짜 진짜 깔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유럽 여행 다녀온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스페인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게 "스페인 진짜 깨끗해"라는 것이었는데,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알겠는 정도. 그냥 거리가 반짝반짝하다! 쓰레기통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닌데, 그냥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상식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건지.. 스페인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개도 엄청 큰 아이들이 돌아다니는데, 개들이 길가에 용변을 보는 것 때문에 악취가 심해 매일 아침에 공공기관에서 거리 청소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관광객으로서는 참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그라나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오늘은 사진도 유독 많은 느낌이네. 다음 포스팅은 개인적으로 가장가장 재밌었던 마드리드!

 

패키지여행, 이거 하난 알고 가자 part 4.

패키지여행을 결제한 사람들은 여행 때 돈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까? 겪어보니 대체로 다음과 같은 비용은 필요하다.

  • 선택옵션 결제 비용: 당연히 본인이 선택한만큼 가져와야겠죠? 비용은 상품 상세 설명에 다 있답니다.
  • 가이드 fee: 나의 경우, 인당 100유로를 별도로 지급했다.
  • 자유시간에 뭐라도 사먹을 돈
  • 기념품 및 선물 살 돈
  • 가끔 피치못하게 유료 화장실 갈 때 드는 비용: 스페인의 경우 대체로 0.5유로에서 1유로
  • 생수 사먹을 돈: 패키지여행의 경우 기사님들이 버스에 물을 구비해 두는데, 한 병에 1유로씩 판매한다. 음식점에서도 생수 사 먹는 건 별도의 돈이 들어서 어차피 기사님한테 사 먹으나 밖에서 사 먹으나 그게 그거 같음.
  • 총합: 선택옵션 결제 비용, 가이드 fee 제외하고 '본인이 쓸' 여윳돈으로 최소 100유로 이상은 가져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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