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짱은 먹짱을 알아보는 법이기에, 내 주변에도 꽤나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많다. 맛집 추천해달라고 하면 자부심과 자존심을 걸고 열과 성을 다해 리스트를 뽑는 사람들, 본인이 추천해준 음식점에 가서 누군가 맛있다, 잘먹었다 이야기하면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 사람들, 매번 새로운 시도로 남들은 모르는 맛집을 발굴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등등.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보면 약속을 정하고 뭘 먹을지 정하기가 수월해진다. 한식, 중식, 일식 등 그때 그때 땡기는 장르(?)에 따라 스크랩해둔 음식점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근처로 약속 장소를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오랜만에 지인과 약수동에서 만났는데, 약수동에서 만나자고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약수동해물텀벙을 가야한다는 것. 심플하게 정해진 노선만큼이나 맛도, 양도 깔끔했던 그곳을 소개한다.
약수동해물텀벙은 20년 이상 아구 요리를 전문으로 가게를 이끌어오신 사장님이 운영하신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구탕, 해물아구찜 등 아구를 위주로 한 메뉴들이 주류였다. 나 포함 총 3명이었기 때문에 추후 볶음밥을 먹을 것을 약속하고 해물아구찜 중자, 순한 맛으로 하나 주문 완료. 원래 사리면도 시킬까 정말 고민했는데 안 시키길 잘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오늘의 주문
아구해물찜 중, 순한맛 (59,000원)
볶음밥 1개 (3,000원)
중자 사이즈는 3인 기준이라고 하는데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양이 정말 많다. 최근에 먹는 양이 줄긴했지만 웬만한 남성 식사량 버금가게 먹는 나도 기겁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지 양만 많은 게 아니라는 것. 살이 포슬하고 부드러운 아구, 안이 꽉 차있고 사이즈도 어마어마하게 큰 꽃게 2마리, 오동통한 다리가 연하게 삶아진 문어, 까기는 좀 번거롭지만 단맛이 일품인 새우, 미더덕, 엄청 큰 홍합 그리고 아구찜에 꼭 들어가야하는 통통하고 아삭한 콩나물부터 시원한 맛을 책임지는 미나리까지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정말 신선하고 해물 고유의 단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먹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재료로 요리하는 음식점을 방문한 느낌. 일행 중에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언니가 있어 순한 맛으로 주문했는데, 첫입만 약간 매웠고 이후로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찜요리에서는 양념도 중요한데, 고춧가루가 텁텁하다든가 단맛이 나는 양념이 아니라서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 방문했을 때 제공되는 밑반찬이 부추전과 물김치 하나라 괜찮을까..?했는데 해물아구찜이 맛, 양 모든 걸 다 책임지기 때문에 밑반찬이 안 나오는 건 전혀 문제가 안된다. 해물아구찜을 어느 정도 먹었을 때 볶음밥 하나를 주문했는데, 여기는 먹던 해물찜에 비벼주지 않고 주방에서 따로 조리해서 나와서 위생상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볶음밥에는 해물찜 양념에 김가루, 김치가 더해져서 볶은 형태로 나오는데 바닥에 눌은 것처럼 꼬들꼬들하게 볶아져 나와 한국인의 디저트로서 역할을 다한다. 먹짱 3명이서 가열차게 덤볐으나 결국 다 먹지 못한 게 아쉬울 뿐.
갈까요, 말까요?
해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요즘은 좋은 재료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얼마 안되는데, 약수동해물텀벙은 그 둘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추천한다. 솔직히 여기에서 해물찜 한번 먹으면 한 한달간은 해물 생각도 안 날듯.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나 엄마, 아빠 세대는 아구찜이나 해물찜 밖에 나가서 먹으면 비싸기만 하고 해물도 별로 없다고 불평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한번 모시고 가서 같이 식사해도 좋을 것 같다. 식당 내부도 깔끔한 편이고 넓고 에어콘도 빵빵하게 틀어놓으셔서 여름에 다같이 가서 식사하기에는 딱 좋을 듯. 너무 추천하니까 광고 같은데 전혀 아니고요, 사장님 보고 계시다면 연락 주세요(...) 주말 점심 피크 시간대에 갔을 때도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기 때문에 웨이팅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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