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참 쾌청하고 좋지 않나요? 왠지 집에만 있으면 좀이 쑤시고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게, 어디라도 나가서 콧바람을 쐬어야 이 아름다운 날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선 어느 날, 종로에서 혜화까지 걷는 기염을 토했는데(!) 걸으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고 있던 그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광고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미스터용 차이나 버거'라는 생전 처음 듣는 가게의 메뉴판이었다. 찾아보니 서울에는 지점이 몇개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알려진 곳인가 본데 차이나 버거라는 생소한 개념이 나를 사로잡았다. 안에 들어가는 구성물도 일반 고기 패티가 아니라 동파육, 마라 소고기 등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료였는데 가격대도 높지 않았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긴 좋겠다 해서 바로 가게 안으로 돌진했다. 과연 이 새로운 시도의 결말은 어찌 될 것인가.
이왕 새로운 메뉴를 먹어볼 거, 안에 들어가는 구성물도 내가 먹어보지 못한 걸로 주문해 보자 호기롭게 결심했으나 동파육은 영 땡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메뉴는 마라 소고기 버거. 중국식 마라탕도 잘 먹고, 그날 계속 빵을 먹었더니 느글거리는 느낌이 있어 마라로 상쾌하게(?) 속을 씻어 내리면 딱 좋을 것 같다는 계산이었다.
오늘의 주문
마라 소고기 버거 (6,900원)
한 오분 정도 있다가 받아 든 마라 소고기 버거. 처음으로 놀랐던 점은 중국식 버거는 위아래를 감싸고 있는 빵 부분이 전병 같이 얇은 밀가루 피가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구운 것과 튀긴 것의 중간 형태처럼 겉은 바삭하고 중간 부위는 약간 눅눅한 느낌. 안에는 마라 소스로 볶아낸 소고기와 아주 소량의 피망이 들어가 있었는데 일단.. 마라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마라 소고기 버거라면 받아 들자마자 마라향이 코끝을 자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라가 들어간 건지 아닌지 아리송한 느낌으로 먹다가 버거가 끝이 났다. 그리고 매우 매우 짰다. 마라의 얼얼한 맛보다 그냥 약간 매운맛이 있는 향신료로 고기를 볶은 듯했는데, 소스에 재워둔 고기를 볶은 건지 너무 짜서 중간에 있는 피망이 좀 더 많았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간 고기가 보통 장조림에 쓰는 사태살을 쓴 듯했는데 고기 양이 많은 만큼 뻑뻑함도 배가되어 먹는 내내 야채가 너무 절실해졌다. 간단한 구성으로 맛을 구비한 건 좋았으나 그 어떤 요소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아쉬운 선택. 내부에 있는 다른 분들이 주문한 걸 보니 대체로 마라 쌀국수를 먹던데, 그건 맛있으려나. 하지만 별 기대는 안된다.
갈까요, 말까요?
추천 안합니다!
맛 리뷰에서 알 수 있듯이 추천은 하지 않는 바이다. 맛도 맛이지만 이 지점은 내부도 매우 좁아서 다닥다닥 붙어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내부에 있는 직원들이 모두 중국인으로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기 때문에 별도로 할 얘기가 없긴 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 매장에서 식사하거나 포장 주문하는 사람들도 모두 중국인인 걸로 보아, 이 근처 한국인들 입맛을 사로잡는 건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고. 맛집 포스팅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대놓고 가지 말라고 하는 포스팅을 쓰는 것도 처음이라 좀 머쓱하네요. 새로운 시도치곤 결말이 좀 아쉽긴 하나, 나중엔 이런 시도들로 뜻밖의 맛집을 발견할 수 있겠지.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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