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를 뛰어넘어 개인적 함의를 이야기해 보자면... 재즈는 눈앞에 있는 풍경과 상황을 (그럴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으로 바꿔주는 환각제라고 생각한다. (판사님 어디까지나 이건 비유입니다) 성격이 급한 나는 꽤 자주 불안과 초조를 느끼는데, 그럴 때 재즈를 들으면 상황을 좀 먼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심적 여유를 얻을 수 있었고 어떤 위기도 영화 속 주인공이 끝내 극복해 내는 장애물처럼 작게 느낄 수 있었다.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날 것의 합, 그 안에서 각자가 뿜어내는 에너지도 왠지 모르게 위안을 준다고 해야 하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음악 장르 중 가장 기교가 뛰어나고 완성도가 높은 음악이 재즈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그처럼 음악적 반열에 오른 전설들이 운율 속 자유롭게 뛰어놀고 즐기는 광경을 귀로 체험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내가 콩치노 콩크리트에 이끌린 것도 우연은 아니었겠지.
콩치노 콩크리트는 철저히 음악만을 중시하는 게 느껴진다. 높은 층고와 넉넉한 홀 공간, 층별로 마련되어 있는 좌석들 모두가 음악을 향해있다. 그 외에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곤 창밖을 통해 쏟아들어오는 자연의 풍광 같은 것들. 처음에는 오로지 음악만 들어야 하는 게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매일 외부에서 원치 않는 자극들을 접하다가 음악만 가득한 공간에 격리(!)되다 보니 바쁜 일상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들이 선율을 따라 술술 풀려나오는 기분도 들었다. 구성은 클래식이 담긴 lp를 한 20~30분 정도 틀어주시고, 영상으로 성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여주시고 재즈도 동일한 순서로, 그리고 그 둘의 반복. 처음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lp 플레이 중간중간에 앨범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 주셨는데 요즘은 사장님이 직접 나오지 않으셔서 그런가 그런 순서가 스킵되어서 조금 아쉬웠다. 어쩔 땐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우다다 나와서 그저 행복할 때도 있었고, 어쩔 땐 전혀 모르는 연주들만 주구장창 듣다가 새로운 음악에 빠지게 되는 즐거움을 누릴 때도 있었네. (이렇게 파가니니 lp를 구매하게 되었다)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이라는 특성 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것이 좋기에 포스팅을 할까 말까 좀 망설였다. 그래도 좋은 공간이 많이 알려지면 거기에서 또 좋은 영향을 받은 분들이 이와 닮은 새로운 공간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테니까! 최근에 방문했을 때 보면 중년 부부, 커플들, 홀로 책 읽으러 오신 분들,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시던데 다들 어떤 색을 가진 생각들과 감상들을 품에 안고 집에 가실지. 한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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