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회사 일로 바빴을 때,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문장이 바로 "쉽지 않네"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빡빡한 도로 위에 몸을 싣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일과, 사람과의 전쟁이고 퇴근하면 뭐 하나 손에 남는 것도 없는 듯해 허망하기만 했던 그때. 예전 같았으면 입맛도 없어서 끼니도 거르고 마냥 침잠했겠지만 나이 들면서 내 몸 하나는 내가 잘 챙겨야겠다는 진리 또한 배운지라, 고생한 만큼 나를 더 잘 대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앞으로 다가올 고생을 잘 견뎌보자는 각오이기도 했고.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히 팬시하고 깔끔한 레스토랑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오늘 소개할 파츠였다.
이 날의 결정은 정말 최고였다! 기대 이상으로 식사는 좋았다. 조금 이른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서인지 식사하고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조용했고, 내부는 넓고 깔끔하고 쾌적했다. 역삼역 주변에 대기업들이 워낙 많아보니 미팅, 접대용으로 좋은 레스토랑들이 대거 포진해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파츠 역시 못지않게 적당한 고급스러움과 팬시함이 묻어나서 기분이 좋았다. 파스타 메뉴도 좋았겠지만 '파스타로 풀릴 피로는 아닌 것 같아서' 램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식전 빵과 함께 나온 단호박 버터가 정말 맛있었다. 그냥 일반적인 버터가 아니라 이렇게 특색 있는 사이드 하나가 더해지니 좀 더 기억에도 남고. 램 스테이크는 굽기도 적당했고 잡내도 나지 않았고, 함께 나온 라따뚜이와 먹으니 입안을 개운하게 유지할 수 있어 물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물리기엔 좀 적은 양이긴 하다만) 민트젤리 소스와 함께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이 역시 괜찮은 조합이었던 것 같고.
혼자 식사를 하며 살펴보니 주위에 앉으신 분들은 주로 소개팅 만남 자리로 방문하거나 접대 차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 파츠가 위치한 타워에는 양고기 코스요리를 보유한 램브란트나 고기 맛집 서울로인 등이 같이 들어서 있는데, 고기 굽는 냄새 풍기고 코스 요리로 번잡하게 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원 플레이트로 식사하는 게 더 깔끔하게 느껴질 수도. 나도 나중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신경 써야 할 자리에는 여기에 와야지. 그땐 파스타를 도전해 봐야겠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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