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코 덕후다. 지난번 피자 포스팅에서도 피자 덕후라고 이야기한 적 있고, 샌드위치도 좋아한다고 이야기해서 신빙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 있게 "저 이거 덕후인데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종목은 초코, 피자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타고나길 초코 덕후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초코를 달고 살았고, 커피를 아예 못 마실 시절 내 손에 언제나 들려있는 건 아이스 초코였다.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포스팅을 꾸준히 써오면서 "내가 이걸 쓸게 아니라 초코 포스팅을 써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만큼 나에게 초코는 일상 그 자체요,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매개체다. 초코 덕후의 자존심 상 일반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초코는 포스팅의 대상도 될 수 없다. 기껏 초코 파우더만 써서 만드는 초코 음료가 어떻게 초코 음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빌드업을 하는 이유는 이 카페를 초코 덕후의 자존심을 걸고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 전문 카페가 점점 사라지는 이 시점에서 우린 이 카페를 소중히 여겨줘야 한다고.
여기는 하나길 커피. 망원동에 있다. 하나길 커피와의 인연은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하나길 커피가 원래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 집 근처로 나다니지 않는 내가 어쩌다 방문을 했다가 "여기는 찐이다"하고 드나들며 생초콜릿, 초콜릿 우유, 마카롱, 티라미수 등등을 나도 먹고 주변 지인들한테도 선물하면서 애정을 키워왔었는데 어느 날 망원으로 이사를 가셨다...^^ 그 때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튼 그렇게 그리워하다가 망원동으로 이사를 하시고나서는 처음으로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맛은 여전했다. 사장님 인스타그램에 보면 카페온아망드를 주력 메뉴로 하시는 것 같은데, 초코 덕후는 그건 모르겠고 일단 스몰 초콜릿 드링크 하나 주문이요. 참고로 여기는 초콜릿 드링크 메뉴가 총 4개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 초코 메뉴가 하나가 아니라 네개!!!!!!!!!!! 구성은 스몰 초콜릿 드링크, 스트로베리 초콜릿 드링크, 하나길 초콜릿 드링크, 프렌치 쇼콜라 쇼인데 나는 주로 하나길 초콜릿 드링크를 먹었다. 여기 초콜릿 드링크는 정말 생초콜릿이라서 목넘김이 '꿀꺽'이 되지 않는다. '꿀꺽'이 되는 초코 음료는 찐이 아니다. '꿀-렁'이 되어야한다. 밀도가 굉장히 촘촘하고 묵직해야 그게 찐이다. 처음에 들어갈 때는 약간의 산미, 중간은 부드러움, 목넘김이 있고 나서는 약간의 씁쓸함이 치고 올라와야 찐이지. 스몰 초콜릿 드링크는 일반보다 사이즈가 약간 작은데 내가 이렇게 주문한 건 이유가 있다. 바로 티라미수를 먹어야하기 때문.
하나길 커피는 이전부터 디저트 메뉴를 보유하고 있었다. 어떨 때는 마카롱, 어떨 때는 생초콜릿, 어떨 때는 티라미수였는데 이제는 티라미수만 온고잉하시는 듯. (참고로 마카롱이랑 생초콜릿도 미친 넘이었다. 주변에 마카롱에 엄청 깐깐한 친구가 있는데 여기 마카롱 선물로 받고 집까지 오겠다고 난리였음.) 근데 이 티라미수가 또 제정신이 아닌 놈임. 어디 카페 가면 티라미수는 기본적으로 자주 먹는 편인데, 하나길 티라미수가 제일 맛있었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근데 맛있으면 비싸도 됨. 여튼 기본 티라미수 한 개, 블루베리 바닐라 티라미수 한 개를 주문했는데 오리지널은 뭐. 커피로 촉촉하게 적셔진 시트가 위의 마스카포네 치즈랑 환상 궁합이고 위의 조각난 생 초콜릿이 오독오독 씹히면서 조화가 환상이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딱 적당한 밀도와 농도. 블루베리 바닐라 티라미수는 이번에 처음 먹는데 이것도 맛있어요.. 바닐라빈이 가득 들어가 있어서 맛이 고급스럽고 많이 달지 않은 블루베리랑 같이 먹으니 아래에 있는 잼과 어우러져서 깔끔하게 먹기 좋았다. 나 못지않게 먹짱인 친구랑 방문했는데 친구도 너무 만족스러워해서 내 가게도 아닌데 괜히 가슴 뻐렁치고. 누가 보면 바이럴인 줄 알겠는데... 사장님 바이럴 좀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협찬 좀...
이사 가기 전에도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동네 주민들이 주요 고객층이었는데, 이번에도 위치가 망원동 가게들이 줄지어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 보니 약간 주민들 사랑방 같은 느낌이 좀 나긴 했다. 이건 고객들 입장에서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가게 자체가 넓지 않은데 계속 아시는 분들이 방문해서 인사하는 모습이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장님이 애초에 의도하신 거라면 할 말은 없다만... 어쨌든 초콜릿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나 초코 좀 먹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할 가치가 3842837498218... 2838273%는 있는 곳. 만일 이곳보다 더 괜찮은 곳이 있다면 댓글로 써주셔도 좋아요. 하지만 그때까지는 내 최애 원픽은 여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달까지 더블베리 생초콜릿 플래터 판매하신다는데 꼭 가야지.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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