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의혹.. 우리네 모습이 여기 있네_문도 멘도 전시

전시회 탐방은 언제나 즐거워

어느 날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본인이 사놓고 잊고 있던 전시회 티켓이 생각이 났는데 혹시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기회 될 때마다 전시회를 다니는 나를 잘 알아서 한 제안이란 걸 알기에, 바로 콜을 외쳤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전시회를 같이 가자고 제안하면 더 좋은 점은 내가 가려고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전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전시회가 그 사람의 취향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번에 지인이 제안한 전시회는 바로 문도 멘도 전시. 부제가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인 만큼 우리네가 살아가는 도시의 일면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아서 공감도 가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전시였다! 올해 12월 3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고 하니 한번 가보시는 게 어떨지. 아, 사진 촬영도 가능하답니다.

 

*문도 멘도 전시 안내

https://groundseesaw.co.kr/product/문도-멘도-판타스틱-시티-라이프/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 그라운드시소

 

경쾌한 색감과 깔끔한 선들이 여름날을 즐겁게 해

전시회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작가 루이스 멘도의 모습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된다

작가가 매년 생일마다 그린다는 자화상.. 편해보이네

재활용 캠페인과 관련된 삽화를 그린 듯하다

테마별로 드로잉을 모아놓은 2층 섹션

자신의 캐릭터를 단순화 시켜나가는 과정

중간중간 본인의 철학을 담은 글귀도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시티뷰를 그려낸 3층 섹션

출근길 9호선 아님?

보고 기분이 넘 좋아졌던 그림.

도시의 야경. 작가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풍경이 다수다.

이런 포토존도 있읍니다.

야외에 설치된 작가 본인 모습의 대형 벌룬.

처음에 지인과 전시회 입구를 들어설 때만 해도,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5층까지 가득 채운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아이패드를 사용해 디지털 드로잉을 하지만, 종이 질감과 옛 감성을 살려 작품을 그리기 때문에 '디지털 아날로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답게 작품에서 풍겨져 오는 정감 어린 느낌이 좋았다. 작가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출생했지만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에 쭉 그곳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일본 풍경,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전시 중 일부 영상에서 보면 지하철이든 길거리든 지나가는 사람들을, 풍경들을, 빌딩을 끊임없이 스케치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쉽게 그린 듯해도 하나의 똑같은 그림을 20번 이상 그려본다고 한다. 그 말을 보고 지인과 '역시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런 결과물이 그렇게 쉽게 나올 리가 없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생활감이 강한 그림들이 많다 보니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무슨 생각, 어떤 대화를 하는지 내 멋대로 스토리를 짜보는 것도 재밌었다. 중간중간 그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들도 간단한 문장으로 적혀있었는데, 작가의 일면을 보기에도 좋았고. 그가 만일 한국의 모습에 반해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면 그 결과물은 어땠을지도 궁금해지고. 그랬다면 매해마다 빌딩 스카이라인이 바뀌었을까? 왠지 연탄불에 생선을 굽는 종로 시장 등의 모습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지.

 

사진 찍기도 좋고 굿즈 구경도 재밌으니

플래시 사용만 아니면 전시 전체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혹시나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로 전시에 방해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려와 다르게 관람은 무난하게 마쳤다. 햇볕이 하도 따가워서 입장 마감 시간인 6시에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 전시는 전체적으로 유유자적 볼 수 있는 느낌이라 쓱 둘러보기 좋다. 그리고 그라운드 시소는 개인적으로 국내 전시관 중에서 굿즈를 제일 잘 뽑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도 굿즈 라인업이 장난이 아니었다. 포스터도 시폰 포스터, 일반 면 포스터, 스웨이드 포스터 등 재질 별로 있고 투명 포토카드, 데스크 매트 등등 실용적이고 예쁜 상품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패드용 디지털 문구 파일! 코드를 구매하면 일기 혹은 다이어리로 쓸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거였는데 전시 자체와도 결이 맞고 발상이 신선해서 인상적이었다! 다들 여유롭게 전시 관람하고 굿즈 구경도 꼭 해보시길.

 

갈까요, 말까요?
추천이요.

경복궁-안국 쪽에 있어서 주변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쐴 겸 관람하기 딱 좋은 전시 같다. 다만 너무 더운 날에는 주위에 햇볕을 가려주는 높은 빌딩들이 전혀 없으니 저처럼 6시쯤 입장 마감할 때 가시는 게 나을 듯요. 그전에 가려고 하다가 햇볕 화상 입을 뻔....

 

위치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