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혹은 호캉스, 아니면 애프터눈티를 즐기러 호텔에 방문한 적은 다수 있지만 식사를 하러 호텔에 방문하는 일은 잦지 않은 편이다. 축하하거나 기념할 일이 있어 가는 것도 주로 호텔 뷔페였지 단일 메뉴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더욱 적었지.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갑자기 생전 안 해봤던 일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하고, 남들이 하는 일은 한 번씩 다 해보고 싶은 기이한 욕구가 폭발할 때가 있는 법. 그래서 호기롭게 호텔 레스토랑 중에서도 호평이 자자하다는 테판을 예약해 보았다. 하얏트까지 당도하는 일은 부담스럽고 벅찼지만 어쩐지 내부에 들어서고 나니 매일 이곳에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처럼 어깨가 빳빳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이번 포스팅에 나오는 테판 시즌 요리들은 2022년 3월에 방문했을 때 선보인 메뉴들이다. (1년이 지난 후에 포스팅을 하다니...^^) 향후에 테판에 방문할 계획이 있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은 대강 어떤 코스로 나오는지 참고만 하시면 좋을 듯. 코스는 중간에 나오는 간단한 음료 등을 포함해서 총 8가지로 구성이 되었는데, 처음에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해산물과 육류를 고루 즐길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봄 시즌이었기 때문에 메인 코스에 봄나물을 곁들이는 식으로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이런 섬세한 조화들로 좀 더 산뜻하게 코스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맛에 대한 평가를 어떻다고 내리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재료의 퀄리티가 정말 좋고 무언가를 과하게 더해서 인위적으로 맛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른 것들을 살짝 곁들이는 수준이라 그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가끔씩 재료가 신선하지 않아서 그것을 가리기 위해 양념이나 소스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하는 식당들이 있는데.. 정말이지 극혐. 코스 중에 제일 맛있게 먹었던 것을 꼽아보라면 삼겹살 요리와 쭈꾸미 볶음밥을 꼽겠다. 흔히 먹는 삼겹살이지만 배추에 싸서 식감을 보완한 것도 좋았고, 쭈꾸미 볶음밥은 위에 바삭하게 올라간 멸치가 신의 한 수였다. 이런 소소하지만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들을 즐기라고 또 이런 곳에 오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가격대가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도 1인당 13만 원 정도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일단 분위기가 조용하고, 제한된 인원만 들어가서 식사를 하니 너무 붐비지도 않고. 처음에 코스를 봤을 때는 '배가.. 전혀 안 부르겠다'했지만 중간에 텀을 두고 꾸준히 코스가 제공되다 보니 은근히 포만감이 컸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대로 코스에 적용되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는 것도 즐거움인데, 이런 요소들이 시즌마다 바뀌니 계절마다 달라지는 포인트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 열심히 돈 벌어서 또 테판을 방문해 봐야겠다.
위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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