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라고 하지 않아도 내재적 동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치면 나는 독서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되어놔서 그런가 심심할라치면 방 안에 있는 책 한 권 빼어 들고 어디 앉아서 책 읽는 게 익숙하다. 최근에는 워낙 OTT서비스들도 많고 유튜브도 있고 볼 게 많아서 이전보다는 기간 대비 완독하는 책의 수가 적긴 하지만 어느 하나를 진득하게 읽기보다는 이 책 저 책 건드려가며 한꺼번에 다수의 책을 읽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읽는지'에는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책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지만 출판사에서 하는 북클럽에는 통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민음사 북클럽을 한번 가입해 봤다. 가입 동기는 딱히 별다른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안 해봤던 짓을 좀 해보고 싶어서.(???)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엄청 마음에 들었다!
민음북클럽은 출판사 민음사에서 만든 회원 서비스로 가입 시에 민음사에서 출판한 여러 책들을 선택하여 받아볼 수 있고, 가입 년도별로 기념 굿즈를 증정한다. 전년도들 굿즈를 살펴보니 대체로 떡 메모지나 연필 등 독서를 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주는 경우가 잦던데 개인적으로 내가 지극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닌 이상 로고 찍힌 굿즈들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올해 제공된 잡동산이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아래 다시 해보겠음. 실물로 제공하는 선물 외에도 민음 커뮤니티 활동, 리퍼프 도서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패밀리데이, 독서 모임 행사 참가가 가능한 권리가 주어진다. 정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성이군.
위에서 내가 말한 잡동산이의 구성은 이렇게 되어 있다. 총 2권의 스프링북이 제공이 되고, 8주 동안 매일 매일 1개 파트씩 읽고 같이 증정된 포스터에 스티커를 붙여주면 된다! 마치 예전에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 1번 할 때마다 포도알 붙였던 게 절로 생각이 나는데요..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일상 속 눈이 자주 닿는 곳에 저 포스터를 붙여두고 하루치 스티커를 계속 붙여가다 보면 은근 성취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번 2023년 민음북클럽의 컨셉이 '책을 읽는 습관'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든 이런 장치적인 요소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잡동산이에 수록된 작품들의 구성이었는데, 1주 기준으로 각 요일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월요일은 고전 문헌인 채근담, 화요일은 한국 단편 소설, 수요일은 기사, 목요일은 에세이, 금요일은 시, 토요일은 해외 단편 소설, 일요일은 학술지 등. 나는 주로 세계문학전집이나 젊은 작가들의 한국 소설을 읽고 시나 학술지 등은 기피하는 편인데, 잡동산이를 읽으며 의외로 마음에 꽂히는 시도 많이 발견했고 학술지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주변에 책을 습관처럼 읽는 분들도 본인 취향에 따라 책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던데 좀 더 세계관과 시야를 확장하는데 잡동산이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클럽 가입 시 세계문학전집에서 2권을 고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었다. 어차피 소장했어야만하는(?) 책이었으니! 내가 고른 건 벨아미와 페스트.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일 때 페스트가 그려낸 현실과 맞닿아있는 지점이 많아서 큰 유행을 끌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읽어본 적이 없어서 골랐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마지막 장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카뮈의 통찰력이란. 서머싯 몸이랑 비슷한 결이 있는데 바라보는 관점 차이는 기가 막히게 다르다. 그리고 벨아미는 영화로 더 익숙한데 역시 소설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선택. 모파상 소설치고는(?) 나름 밝은 편이라 술술 읽어서 벌써 완독.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들은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구역질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에서는 고독사 워크숍을 읽었는데 중간에 띄엄띄엄 읽어서 그런가 인물 간 관계가 명확히 눈에 그려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작가님 문체가 다소 읽기 힘들었다. 민음북클럽 에디션 중에서는 위 3가지를 골랐는데, 일단 나혜석 작가의 이혼 고백장 먼저 완독 했는데 그녀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에 박수를... 만일 나혜석 작가님이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저절로 아쉬움이 들었던 마음.
이렇게 책 6권에 굿즈와 혜택까지 제공하는데 연회비가 5만원! 물론 5만 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 책 값도 워낙 비싸지다 보니 1권에 16,000원 이상 하는 것도 허다해서... 이 정도면 혜자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다른 혜택 이용하지 않아도!! 그리고 민음북클럽 에디션은 따로 구매하기도 힘든데, 그 구성으로만 보면 출판되는 책들이랑 거의 대동소이한 수준이라 이렇게라도 소장하면 좋지요.
보통 매년 민음북클럽은 4월 중에 오픈이 되는 것 같던데 나는 오픈 당일 날 접수하느라 애를 꽤 먹었다. 중간에 서버 터지고 사람들은 기다리고 난리도 아니었음.. 사람들 말 들어보니 꼭 오픈 당일에 하지 않아도 가입은 수월하게 된다고 합니다. 내년 4월이면 아직까지 기간은 한참 멀었지만 올해 구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남은 혜택들 요긴하게 잘 사용하다가 내년에도 가입을 한번 노려볼까 한다. 문학동네 북클럽도 관심은 있는데... 한번 알아봐야지. 만일 민음사에서 나오는 책들 좋아하는 분이라면 저는 한번 가입해 보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책 많이 읽는 성숙한 시민(?) 이미지 챙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http://minumsa.minumsa.com/bookclub/bookclub-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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