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1등 치킨버거_롸카두들 내쉬빌 핫치킨

기대 안한 놀라움이 선사될 때 더 인상적인 법이지

우리 부모님이 예전부터 나에게 습관처럼 한 말이 있다. 바로 "기대를 너무 하지 말라"는 것.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세상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마음 아파하는 어린 내 모습이 안쓰러워 한 말이었겠지. 어렸을 땐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이런 부모님의 가르침에 대한 막연한 반발심만 컸는데, 크고 나니 그 말뜻을 알겠다. 세상사 살아보니 내 뜻대로 되는 건 나와 관련된 아주 소수의 요소들 뿐이지 어떨 땐 내 삶조차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래도 마냥 염세주의, 허무주의로만 살 필요가 없는 것이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즐거운 놀라움을 경험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치킨버거 하나 설명하는데 삶과 인생관을 들먹이고 뭐가 이렇게 거창하냐 하시겠지만, 이건 그럴만한 치킨버거라고요. 포브스는 영문도 모르고 이용됐지만(가짜뉴스 배포 죄송) 내 맘대로 대한민국 1등 치킨버거로 선정한 롸카두들 치킨버거입니다. 

 

치킨버거가 작정하고 맛있으면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구나

앞에서 기대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대체로 음식 메뉴를 고를 때 별 기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이렇게 먹을 게 넘쳐나고 맛있는 게 매일 나오는 시대에 '이 메뉴가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나' 싶은 생각. 이 치킨버거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외 수제버거 집에서도 몇번 치킨버거를 먹어본 경험이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맛도 아니었고, 경험치가 쌓인만큼 '치킨버거가 맛있을 수 있는 정도'를 무의식에 저장해둔 상태였기에 치킨버거를 메인으로 하는 가게라도 얼마나 맛있겠나 하는 생각을 했던 거지. 메뉴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면 늘 그렇듯이 대표 메뉴로 주문을 해보았다.

 

오늘의 주문

더 클래식 (11,800원)
옥수수 샐러드 (3,700원)
디스펜서 탄산음료 (세트 주문 할인으로 2,500원)

심상치 않은 비주얼

사진도 딸랑 한장 밖에 없는데 무슨 리뷰를 쓰는 거냐 하시겠지만.. 사진 한장 찍고 한입 베어 물고 나선 정신 없이 먹느라 그랬습니다. 이 치킨버거는.. 뭐라 할말이 없다. 그냥 정말 진짜 가장 최고로 맛있는 맛이다. 일단 한입을 베어무는 순간 적당히 자극적으로 양념된 치킨 겉면이 미뢰를 자극하는데, 치아로 씹는 순간 통실하고 육즙이 좌르르 흐르는 닭다리살을 조우하게 되면서 침샘에 침이 가득 고이게 된다. 치킨과 함께 구성된 야채와 소스(1단계로 주문)는 이 버거의 감각적인 경험을 한층 올려주는 역할을 하긴하지만 치킨 패티의 있는 그대로의 맛은 절대 저해하지 않는 최고의 서포터들이다. 번도 질깃하거나 무난한 맛이 아니고 부드럽고 퐁신한 느낌이 들어서 버거 자체에 모든 구성 요소가 치킨을 받들기 위해 철저히 컨트롤 된 느낌. 이전에 여의도 햄버거 맛집이라는 폴트 버거에서도 치킨버거를 먹고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간단한 구성으로 최상의 맛을 뽑아내는 효율 측면에서는 단 4가지 재료로 승부를 본 롸카두들 버거가 좀 더 나은 느낌. 콘샐러드는 치킨버거에 비하면 너무 심심하고 무난한 맛이라 별도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갈까요, 말까요?
치킨이나 햄버거 둘 중 하나를 극혐하는 게 아니라면 가세요.

솔직히 대한민국 사람 중 치킨 혹은 햄버거 둘 중 뭐 하나라도 극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만일 싫어한다고 해도 (윤리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롸카두들 버거 먹고도 싫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긴한다. 참고로 나는 햄버거는 쏘쏘(?)지만 치킨은 꽤 좋아하는 편. 이미 압구정 로데오, 성수, 이태원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도시에는 죄다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더더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방문했던 압구정 로데오 매장은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아 점심시간을 좀 빗겨나야 웨이팅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지점은 어떨지 모르겠네. 다음 번엔 좀 더 매운 맛으로 먹어서 가게 컨셉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위치는요